금융
이익 보다 올바른 도리 우선하는 ‘선의후리(先義後利)’
지속 가능한 금융 시스템 구축해 사회에 기여해야
[마이데일리 = 황상욱 기자] 지난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역대급 이익을 기록했다.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대출 이자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결과였다. 하지만 높은 수익을 올린 은행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서민들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고, 이에 따라 은행의 ‘돈벌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은행들은 ‘상생금융’이라는 방안을 내놨다.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은행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금융은 단순한 사적 이익 창출 수단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경제 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공적 성격도 지니고 있다. 특히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은 경제 성장과 사회적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해 금융권이 발표한 상생금융 방안을 살펴보자. 서민 대출 금리를 낮추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일부 은행은 기존 대출자의 금리를 인하해 주거나,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 청년층과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들에게도 대출 문턱을 낮추는 정책을 시행하며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금융의 본질적 역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어록을 엮은 경전인 <논어(論語)>에는 ‘의(義)를 먼저 생각하고 이익을 나중에 추구하라(先義後利, 선의후리)’는 가르침이 있다. 이는 이익을 쫓기 전에 올바른 도리를 먼저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절제한 이익 추구는 탐욕을 낳고 탐욕이 결국 사람 사이의 따뜻한 관계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조선시대 개성상인의 기본 상도이기도 했다. ‘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것이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장 손해는 날지언정 오랫동안 장사할 수 있는 신의를 얻겠다는 경영철학이다.
현재의 은행도 단순한 이윤 창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금융 시스템을 구축해 장기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 은행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신뢰를 쌓는 것이 필수적이다. 서민과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은행 스스로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은행이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때, 금융 소비자도 신뢰를 보내게 될 것이다.
이제 은행들은 높은 수익을 거둔 만큼, 그 이익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하고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금융의 공적 역할이 더욱 빛을 발해야 할 때다.
황상욱 기자 eye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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