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특화점포 개점…전용 대출·카드 상품 출시
보험 가입 증가율 18%…내국인의 7배 수준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국내 금융 서비스가 포화 상태에 빠진 가운데 금융사들이 새 먹거리로 외국인 대상 금융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해가 지날수록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특화 점포를 오픈하고 마케팅에 나서는 등 외국인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 은행·보험사, 특화점포 오픈·외국인 직원 채용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이 경남 김해시 서상동에 첫 ‘외국인중심 영업점’을 개설했다. 김해는 외국인 거주자가 3만명에 달해 경상남도 내에서 가장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지역이다. 외국인중심 영업점은 화상상담 기반 외국인 특화서비스인 신한 글로벌플러스를 제공하는 ‘디지털라운지’와 계좌개설·해외송금·제신고 등 대면상담 기반 외국인의 주요 금융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영업점’ 환경을 더해 조성한 외국인 금융상담 특화점포다.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외국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한 곳은 전북은행이다. 전북은행은 지난해 9월 국내 은행권 최초로 경기 수원에 외국인 고객 전담 브라보 코리아 고객센터를 열고, 17개국 40여명의 외국인 출신 직원을 채용했다. 최근에는 방글라데시, 네팔, 캄보디아 등 국적을 가진 외국인을 인턴으로 채용했다. 이들은 외국인 금융상품 판매는 물론 마케팅과 기획 업무까지 담당한다.
보험사들도 외국인 중심 영업점을 일찌감치 운영 중이다. 한화생명은 외국인 인구가 많은 지역에 외국인 중심 영업점을 뒀다. 한화생명의 판매자회사(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 강일지점은 소속 설계사 66명 중 60명이 베트남 출신이다. 보험 계약 건의 95%도 외국인이다. 신도림지점은 소속 설계사 102명 중 95명이 중국 출생으로 비중이 93%에 달한다.
삼성생명도 외국인 고객을 전담하는 영업조직을 별도로 두고 있다. 글로벌영업단은 외국인 설계사로만 구성되며 작년 2월 말 기준 607명이다. 교보생명은 2019년 신계약 모니터링 외국어 상담 서비스를 도입했다. 신계약 모니터링 시 영어와 중국어 상담이 가능한 전문 상담원을 배치해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보장 내역을 안내한다. 외국인 설계사는 100여명이 배치돼 있다.
◆ 지방銀·저축銀, 전용 신용 대출 출시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외국인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 신용대출은 연체 우려가 크고 신용등급 책정이 어렵지만 대출금리가 두 자릿수인 만큼 마진율이 높다.
가장 먼저 외국인 전용 대출을 선보인 곳은 전북은행이다. 전북은행 2016년부터 외국인 전용 신용대출을 운영 중이다. 2023년 말 외국인 대출자는 약 3만5000명이고 현재 외국인 대상 대출규모는 4000억~5000억원 수준이다. 개인 신용등급에 따라 연 11~15%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지난 2023년에는 외국인 대상 비대면 대출 서비스도 시작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우대 전용 입출금 통장인 ‘JB Bravo Korea 통장’도 있다. 가입 대상이 국내 체류 외국인에 한정된 상품이다.
경남은행도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거주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K dream 외국인 신용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외국인 신용대출은 대출 한도가 최대 3000만원이며 최고 15%까지 금리가 적용된다. 대출 대상은 ▲대출 신청일 현재 국내에 거주 중인 자 ▲체류 자격이 E-7 또는 E-9으로 1개월 이상 재직 중인 자 등 조건에 모두 충족하는 외국인 근로자다.
저축은행도 작년부터 줄줄이 외국인 신용대출을 선보였다. 다음달 말 예가람저축은행은 외국인 신용대출을 선보일 예정이다. 금리는 연 20% 수준으로 예상된다. 작년 4월에는 웰컴저축은행이 ‘웰컴외국인대출’을 출시했다. 미얀마·캄보디아·베트남 등 9개 국가에서 E-9(비전문취업) 비자를 받고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이다. 같은 해 OK저축은행도 ‘Hi-OK론’을 KB저축은행은 ‘키위 드림 론’을 내놓았다.
◆ 보험 가입 증가율 고공행진…타깃 마케팅 활발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은 아직 보험 가입률이 낮기 때문에 신규로 유입할 고객이 많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장기 체류 외국인은 약 191만3000명이고 이들의 민영보험 가입률은 41.1%로 집계됐다. 내국인 가입률 86.4%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최근 외국인의 보험 가입이 빠르게 늘면서 보험사들은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14년에서 2020년 국내 체류 외국인 보험가입 건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17.8%로 나타났다. 내국인 연평균 가입 건수 증가율 2.6%에 비해 높은 증가율이다. 실제로 한화생명의 지난해 12월 기준 외국인 계약자 수는 7만여명이다. 1년 전인 2023년 12월 5만9000명보다 약 19%, 5년 전인 2019년 12월 4만1000명보다 약 69% 증가했다. 외국인 FP는 약 1600명이다.
한화생명은 외국인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어, 베트남어, 러시아어로 된 다국어 연하장을 선보였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외국인 보험 가입자들의 충분한 정보 습득과 접근성 향상을 위해 다국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며 “다국어 안내장 지원 확대를 비롯해 외국인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작년 3월부터 외국인 고객 케어 서비스를 실시했다. 계약을 체결한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월 1회 다양한 보험 정보와 서비스를 해당 고객의 모국어로 제공한다. 신규 가입 고객 비율이 높은 중국어, 러시아어로 제공하고 향후 영어 등 안내 언어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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