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양현종 선배님과 말할 기회가 생긴다면…”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이 될성부른 떡잎이라면, 구단들은 두 가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1군 스프링캠프에 데려가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부대끼게 하면서 자신의 야구를 살찌울 기회를 주고, 당장의 활용도도 모색한다.
반면 오히려 1군 스프링캠프에 데려가지 않고 2군 스프링캠프에 보내(심지어 재활군 또는 국내 잔류) 착실하게 시즌을 준비시킨다. 신인이 1군 캠프에서 의욕이 넘친 나머지 프로 밥을 수년간 먹은 선배들의 훈련을 다 따라하다 다치면 본인도 팀도 손해라는 시선이 있다.
그런 점에서 2024년 고교 최강 원투펀치 정현우-김태형(이상 19, 덕수고 졸업예정)은 희비가 엇갈렸다. 2025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와 5순위인 이들은 미래의 키움 히어로즈, KIA 타이거즈 마운드를 이끌어갈 재목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KIA가 김태형을 신인들 중 유일하게 어바인-오키나와 1군 스프링캠프에 데려가는 반면, 키움은 정현우를 포함한 모든 신인을 메사 1군 스프링캠프가 아닌 가요슝 2군 스프링캠프에 보낸다. 옳고 그름이 아닌, 전적으로 선택의 차원이다. 오로지 미래의 성적이 이번 선택의 결과를 말해줄 것이다.
일단 키움도 정현우를, KIA도 김태형을 올해 선발투수로 1군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사실 팀 사정을 감안하면 정현우가 1군에 더 오랫동안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KIA는 어차피 1군용 투수로 커야 할 신인을 어바인에 데려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김태형의 사기를 높이고, 적절히 동기부여를 주는 차원에서 선배들과 함께하는 1군 스프링캠프 참가 만한 게 없다. KIA에는 김태형이 보고 배울 만한 선배 투수가 많다. 특히 대투수 양현종은 그가 롤모델로 꼽은 선수다. 이제 김태형은 어바인에서 함께하며 양현종의 야구를 흡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사실 고교 레벨에선 이미 다 보여줬다. 부드러운 투구 폼인데 최고 150km대 포심을 찍는다. 슬라이더, 커브까지. 경기흐름에 따른 완급조절능력도 좋다. 단, 장기레이스에 적응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하고, 떨어지는 공에 대한 확실한 완성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정재훈-이동걸 투수코치 이상으로 선배 투수들을 바라보며 느끼고 배우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3월까지 어바인과 오키나와까지 붙어 다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선, 후배들의 야구에 대한 고찰로 이어질 것이다.
김태형은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끝까지 안 다치고 오는 게 목표다. 멘탈이 좋아서 많은 팬 앞에서 잘 던질 수 있다. 스태미너가 좋아서 오랫동안 긴 이닝을 잘 던질 수 있다. 투구 폼이 부드럽다는 소리는 어릴 때부터 들었다. 최근 1라운드 형들이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도 1군에서 활약하겠다”라고 했다.
자신의 단점에 대해 김태형은 “변화구가 형들에 비해 밋밋할 것이다. 마무리캠프부터 보완해 나가고 있다. 좀 더 연습하면 업그레이드될 것이다”라고 했다. 양현종에겐 “너무 큰 선배님이어서 어려울 것 같은데 말할 기회가 생기면 몸 관리를 너무 잘 하시니까, 꾸준하게 하시고 안 다치는 방법을 물어볼 것 같다”라고 했다.
김태형이 1군 선배들과 어바인과 오키나와에 다녀온다고 해서 갑자기 실력이 확 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1군에서 함께한 시간 동안 얻은 것들이 언젠가 자산이 된다면, 그 시발점은 이번 어바인 캠프 참가일 것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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