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환 기자] "탑 유망주에 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어바인에서 진행되고 있는 2025년 KIA 타이거즈 스프링캠프. 모두가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가운데, 단 한 명의 유니폼 색상이 눈에 띄었다. 바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트레이닝복. 그 주인공은 지난 2023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0라운드 전체 611순위로 샌디에이고의 선택을 받은 내야수 최병용이었다.
신일고를 졸업한 최병용은 지난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BO 10개 구단으로부터 지명을 받지 못했다. 신일고 3학년 시절 23경기에 출전해 24안타 1홈런 14타점 14득점 타율 0.282 OPS 0.774를 기록했지만, 최병용에게 돌아온 결과는 외면이었다. 미지명의 설움을 겪었지만, 지금까지 야구를 해왔던 최병용은 야구를 손에서 놓을 수 없었고, 해외로 건너가 꿈을 펼쳐보기로 결정했다.
그 팀은 바로 뉴멕시코 밀리터리 인스티튜드(New Mexico Military Institute)였다. 레벨이 높은 리그는 아니었지만, 최병용은 지난 2023년 58경기에 출전해 15홈런 80타점 71득점 45볼넷 10도루 타율 0.448 OPS 1.429라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그 결과 2023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0라운드에서 샌디에이고행 '막차'에 탑승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샌디에이고 스카우팅 부사장인 크리스 켐프는 "최병용은 우리 구단과 김하성을 정말 좋아한다. 그는 스윙폼이 예쁜 좌타, 거구의 내야수"라며 "최병용은 샌디에이고를 사랑하고 여기 있기를 원한다. 우리는 그가 정말 잘 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최병용을 보유하게 돼 기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고, 최병용은 지난해 루키리그에서 싱글A로 올라섰다. 성적이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경험을 쌓으며 성장해 나가고 있는 선수다.
이런 최병용이 KIA 스프링캠프가 진행되고 있는 어바인에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12일(한국시각) 취재진과 만난 최병용은 "마이너리그 캠프는 3월부터 시작이 된다"며 "미국 에이전트가 교포 분이신데, 예전에 NC 다이노스에서 통역을 하셨다. 그때 (김)태군 선배님과 연이 생기셨고, 심재학 단장님과도 알더라. 에이전트 덕분에 KIA와 연결이 돼 같이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내일(13일)까지는 나올 것 같은데, 다음 턴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단장, 감독님께서 더 있게 해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밝혔다.
KBO 구단과 연은 없지만, KIA 캠프를 통해 최병용은 많은 것을 흡수해 나가고 있다. 그는 "오랜만에 한국 선수들과 훈련을 하는데, 더 재미있고 한국말로 운동을 하니 편한 것 같다.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제(11일) 운동이 길었는데, 웨이트까지 다 소화했지만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며 "김선빈 선배님께서는 '수비할 때 조금 더 부드럽게 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셨고, (김)태군 선배님께서는 타격 쪽에서 말씀을 해주셨다"고 싱긋 웃었다.
보통 미국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선수는 KBO리그 입단을 거부하고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통해 빅리그 구단과 손을 잡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KBO리그 지명을 받지 못하면서 해외에서 야구를 이어가던 중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구단의 선택을 받은 최병용의 입단 루트는 매우 독특한 편이다. 어떻게 샌디에이고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
최병용은 "사실 메이저리그 드래프트를 생각으로 미국을 왔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드래프트에 참가하려고 했는데, 운이 좋게 메이저리그 팀에서 나를 좋게 봐주셨고, 몇 개 구단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드래프트가 돼 팀에 남게 됐다"며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지명이다. 원래는 미국에서 많은 경험도 하고, 영어라도 배워 둔다면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사회에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유학을 왔던 것이다. 영어는 외국인 선수들과 간단히 이야기는 할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에 입단한 뒤에는 김하성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던 최병용이다. 그는 "(김)하성 선배님과는 스프링캠프 때 마주치는데, 만나면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셨다. 그리고 부상을 당했을 때도 내려오셨는데, 그때도 마찬가지였다"며 "내가 유격수와 3루, 2루까지 모두 보는 만큼 하성 선배님은 당연히 롤 모델이다. 항상 수비 쪽으로 많이 물어보는데, 흔쾌히 다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샌디에이고를 떠나게 됐지만, 비시즌에 운동을 할 때 볼 수 있으니, 그때도 도움을 주시겠다고 하셨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보통 메이저리그 구단이 유망주라고 평가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더블A에서 많은 경험치를 쌓는다. 입단 2년 만에 싱글A로 올라온 만큼 최병용의 목표는 올해 더블A의 부름을 받는 것이다. 그래야만 기회가 많아지고, 야구를 할 수 있는 기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는 "그래서 올해가 중요하다. 더 가능성을 보여줘야 팀에서도 유망주로 키워주기 때문"이라며 "올해 더블A로 올라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뒤 탑 유망주에 드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이후엔 다음 목표를 빅리그 데뷔로 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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