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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이번이 벌써 몇 번째인지. 음주뺑소니 혐의로 구속된 가수 김호중의 팬덤 아리스가 또 극성이다. 소란도 가지가지에 질서도 없다.
서울중앙지법 제5-3형사부(부장판사 김지선 소병진 김용중)는 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의 혐의를 받는 김호중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김호중은 지난해 5월 9일 오후 11시 44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사고 직후 매니저 장 씨에게 허위 자수를 종용하는 등 범행을 숨기려 한 혐의도 있다.
사건발생 63일 만인 지난해 7월 첫 재판이 시작됐고, 이후로도 선고공판을 포함해 총 네 번의 재판이 진행됐다.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자 김호중이 즉각 항소하면서 이날 항소심 첫 공판이 열렸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화제를 모은 이들이 있다. 다름 아닌 김호중의 팬덤 아리스다.
피고인이 된 스타를 보기 위해 법원을 찾는 팬이란 놀라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지난해부터 김호중의 재판은 매번 수시간 전부터 아리스로 북적였다. 이들은 김호중을 상징하는 공식색상 임페리얼 퍼플(보라색) 아이템을 착용해 확연히 다른 방척객들과 구분될 수밖에 없었다. 새치기 시비가 불거지며 소란이 이는 것도 다반사였다.
새벽부터 눈이 내린 항소심 첫 공판날에도 김호중을 지지하는 아리스를 법원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날씨가 추운 만큼 모자와 목도리부터 가방, 휴대폰 케이스, 키링 등 보라색 아이템의 종류도 다양했다. 김호중의 얼굴이 그려진 마스크도 있었다. 다만 눈에 띄기 쉬운 롱패딩 등은 착용하지 않았다.
법정으로 향하던 중에도 다양한 아리스를 마주쳤다. 어떤 이는 조용히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으며 무언가 기도하는 듯했다. 여러 명이 모여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목격했다. 다양한 보라색 아이템 탓에 무채색 일변인 법원에서 단번에 눈에 들어왔지만, 분주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에는 자연히 녹아내렸다.
그러나 법정 앞에서는 달랐다. 여러 차례 재판이 진행됐기 때문인지, 이미 알던 사이인지 아리스들은 서로 친분이 있는 듯했다. 삼삼오오 모여 화기애애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서로를 자연스레 줄에 끼워줬다. 서있는 이들은 아랑곳 않고 다리가 아프다며 의자에 앉거나 "잠깐 갔다 오겠다"며 줄을 이탈한 뒤 슬그머니 돌아오는 식이었다.
법원 시스템에 익숙해진 듯 방청인원을 대강 파악해 보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이 때문에 누가 들어가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충돌하는 듯도 했다.
예정된 시작시간인 10시 30분이 다가오자 복도에 불이 켜졌고, 법원 직원은 줄을 다시 세우며 정리를 시작했다. 최종 방청인원은 김호중의 가족, 취재진을 제외하고 17명이었다. 이중 대부분이 아리스일 것으로 예상되자 서로가 안도하며 기뻐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법원 직원은 "휴대전화는 무음으로 바꿔달라. 무음으로 바꾸지 못하시면 대신해드리겠다", "창이 있는 모자나 선글라스는 벗어주시는 게 예의"라고 안내해 눈길을 끌었다. 이 또한 다른 재판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었다.
다만 본격적인 소란도 이때부터였다. 준비된 기자석이 총 6석으로, 출입기자들부터 먼저 입장하겠다는 말에 "기자들이 왜 이렇게 많이 들어가냐", "나도 언론사를 차려야겠다"며 작게 수군대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방청인원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안으로 보였다.
한 유튜버가 방청권을 소지했다는 말에 "기자 사칭이다", "왜 들어가냐", "저 사람은 기자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법원직원이 질서유지를 당부하자 되려 유튜버의 신원확인을 요구하며 상황을 설명하라 맞섰다. 결국 "우리가 확인절차를 걸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하나하나 모두 설명할 이유가 없다"라는 말을 듣고서야 조용해졌다.
입장이 시작되고 재판이 진행됐지만 아리스들은 한동안 법정 앞을 떠나지 않았다. 궂은 날씨에 집을 나서 불도 꺼진 복도에서 기다렸으니 아쉬울 만도 하다 싶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혹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보다는 무사히 끝났으면 하는 걱정이었다. "잘 돼야 할 텐데"라는 이야기를 듣자 그 마음만은 진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김호중을 정말 사랑한다면 다른 모습을 보여야하지 않을까. 똑같이 보라색으로 무장했어도, 새벽같이 법원을 찾았어도 눈을 감고 기도하던 이와 새치기하며 소란 피우던 이를 같은 선상에 두기는 어렵다. 뜨거운 사랑에도 정도와 질서가 있는 법이다. 사랑한다고 전부가 아니고, 모든 게 수용되지 않는다.
물론 김호중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지만.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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