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질롱(호주) 심혜진 기자] KT 위즈 황재균(38)이 멀티 포지션을 준비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황재균은 호주 질롱 스프링캠프에 내야 글러브만 챙겨서 왔다. 1루 글러브와 2, 3루용 글러브까지 총 3개를 챙겼다. 그런데 호주에서 한 개가 더 생겼다.
바로 외야 글러브다. 이종범 외야·주루코치가 가지고 있던 글러브였다. 이 코치에 따르면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쓰는 모델의 글러브였다. 이 코치가 지난해 7월 한일 레전드들이 맞붙은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게임' 때 쓰려고 가져간 글러브이기도 하다.
그렇게 황재균은 추가 훈련 시간에 외야수로 변신했다. 지난 3일 처음으로 외야수 글러브를 꼈고, 이 코치가 쳐주는 타구를 외야에서 받았다.
내야수로만 뛰다가 갑자기 외야로 가면 수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스프링캠프 때 3일에 한 번씩 훈련을 하고 있다.
이 코치는 "동체 시력이 잘 돼야 한다. 플라이볼 잡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3일에 한 번씩 수비를 해서 머리에 입력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황재균은 독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비시즌 체중 감량도 하고 왔다. 옆에서 같이 훈련한 류현진도 놀랄 정도였다.
내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심우준(한화)의 이적으로 내야에 격변이 일어났다. 현 시점 KT 내야는 주인이 다 들어찼다. 문상철(1루수), 오윤석(2루수), 김상수(유격수), 허경민(3루수)으로 꾸려질 전망.
황재균을 1루수로 이동하려니 주전으로 활용해야 하는 문상철이 있다. 또 트레이드로 데려온 오재일까지 3명이 된다. 박경수가 은퇴한 2루는 오윤석이 맡는다. 백업으로 천성호가 나선다. 천성호는 유격수 백업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황재균이 맡을 확실한 한 자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캠프 때 외야 옵션까지 나온 것이다. 황재균이 외야로 간다면 좌익수 자리로 향한다. 주전 좌익수 김민혁이 있지만 상대 투수에 따라 황재균이 먼저 나설 수도 있다.
다만 황재균의 외야수 출전은 많이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장으로 접어들었을 때, 승부가 기울었을 때 등과 같은 경우에만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종범 코치는 "재균이의 외야 출전은 플랜B다. 감독님이 결정하시겠지만 불가피한 상황이 생겼을 때 또는 왼손 투수가 선발로 나왔을 때 나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이종범 코치가 현역 시절 내외야 모두 수비를 봤기 때문에 황재균에게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코치는 "뛰다가 동체 시력이 흔들리면 마지막 포구 지점에서 볼을 놓친다. 처음엔 외야가 재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롭지 않다. 자꾸 가다 보면 잡을 수 있는 볼도 놓친다. 또 팝플라이가 높게 떴을 때 어느 쪽으로 떨어질지도 헷갈린다. 실수를 하게 되는데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디테일하게 하고 있다. 일단 대비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황재균은 팀 내에서 타격감이 가장 좋다. 이강철 감독은 "포수 빼고 수비를 다 볼 수 있다. 현재 (황)재균이의 타격감이 팀에서 가장 좋다 보니 안 쓸 수가 없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수비 자리만 해결되면 된다.
질롱(호주)=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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