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美 "이르면 4월초 상호관세 부과…FTA 맺은 한국도 영향권"
4월1일까지 각국 실태 검토한 뒤 국가별 관세율 결정
반도체 보조금 지급도 재검토…삼성·SK 축소 우려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각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글로벌 관세전쟁을 선언한 가운데 한국도 상호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조처로 한국을 비롯해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거의 모든 국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정권 안에 놓이게 되면서 관세 전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 무역과 관세'(Reciprocal Trade and Tariffs)라는 이름의 각서에 서명했다. 무역의 공정함을 위한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 국가별 관세·비(非)관세 현황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4월1일 이후로 시행 시기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상호 관세는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그 나라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은 대부분 상품에 관세가 철폐된 상태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무차별 상호 관세 조치로 관세 부과 사정권 안에 놓이게 됐다. 한국의 경우 작년에 역대 최대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한 데다가 미 재무부로부터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관세를 매기면 적국이든 동맹국이든 가리지 않고 미국도 똑같은 세율로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각 국가별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본격 시작된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은 산업의 쌀인 철강과 알루미늄에 적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다음달 12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인 2018년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일부 예외를 적용했지만 이번에는 한국에 25%를 똑같이 적용받게 되면서 관련 산업 정체가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에서 미국 비중은 약 13% 수준인 43억4700만달러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지난해 한국산 대미 철강 총수출량은 293만t으로 나타났으며 포스코홀딩스가 연간 80만t을, 현대제철이 연간 65만t 등을 수출해오고 있다. 국내 수요 부진과 수년째 지속된 중국발 저가 공세, 트럼프 2기의 관세 공격까지 맞물려 침체기를 겪고 있는 철강업체의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관세 검토하는 트럼프, GM도 타격?
관세 부과로 한국이 타격 받을 분야는 철강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수출 1,2위를 차지하는 반도체, 자동차 대상 별도 관세 조치를 예고해 타격이 예상된다.
상무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 등 미국 정부 부처가 4월1일까지 내놓은 정책을 바탕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업계는 당장의 관세 부과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관세 제외 가능성이 언급됐지만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고 자신의 정치적 목표에 다시금 강경한 무역 정책을 꺼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트럼프 정부가 예고한 수입관세 부과에 미국 시장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겠지만 한국과 일본도 상당한 파장을 겪을 수 있다는 외신 전망이 나왔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북미를 제외하고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국가로 한국과 일본이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내에서 판매된 차량의 16.8%가 한국과 일본이 생산한 차로, 한국은 8.6%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 지난해 일본과 캐나다를 제치고 미국으로 수출하는 신차 수출국 중 두 번째로 큰 국가가 됐다.
개별 기업 기준으로는 현대자동차가 현재 미국에 가장 많은 자동차를 수출하는 기업이다. GM과 기아차가 그 뒤를 잇는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4년 북미 시장에서 역대 최고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4.8% 증가한 91만1805대, 기아는 1.8% 증가한 79만6488대를 미국에서 판매했다. 두 회사의 합산 판매량은 170만8293대로 전년 대비 3.4% 성장했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GM이 미국에서 판매한 한국산 차량은 2019년 17만3000대에서 지난해 40만7000대 이상으로 급증했다. GM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큰 외국인 직접 투자 기업으로 2002년 이후 약 9조원을 투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에 따라 미국 내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앨라배마 공장에 이어 조지아 신공장의 생산량을 확대하고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 건설에도 투자하고 있다. GM과의 협력을 통해 북미 지역 공급망을 안정화하며 배터리 및 전기차 부품 조달 협력을 확대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북미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반도체법 보조금 재협상 추진…삼성·SK '촉각'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반도체 보조금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변경의 범위와 기존 합의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하지 않지만 기존의 보조금 책정 기준을 재검토하고 일부 계약을 재협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트럼프 정부의 보조금 계약 재검토로 보조금 지급 조건 변경 추진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법(Chips Act) 관련 재협상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해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반도체법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공장을 건설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정부 출범을 눈 앞에 둔 지난해 12월 가까스로 바이든 정부와 보조금 지급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달러(약 53조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으로 이에 대한 보조금 47억4500만달러(약 6조8000억원)를 받기로 계약했다. SK하이닉스 또한 인디애나주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하고, 미 상무부와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6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반도체 보조금 정책 재검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실제 보조금 수령 여부조차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자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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