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대만도 만만히 볼 수 없는 韓 야구의 현실…"대표팀 경험 쌓는 곳 아냐" 이정후의 소신발언 [MD스코츠데일]

[마이데일리 =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환 기자] "대표팀은 경험을 쌓으러 가는 것이 아니지 않나"

한국 야구는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잃은지 오래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승 우승'을 달성하고,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2009년에는 준우승,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영광은 너무나도 오래된 과거. 최근 국제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의 활약은 아쉬움을 넘어 실망스럽다.

2017년 WBC에서 한국 대표팀은 '안방' 고척스카이돔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고,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다. 그리고 2023년 WBC에서 한국은 다시 한번 조별리그를 돌파하지 못했다. 이후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금메달을 손에 넣고,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일본 대표팀과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인 것도 잠깐이었다.

프리미어12에서는 줄곧 좋은 성적을 거둬왔던 한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는 최악의 사태를 겪었다. 물론 단기전의 경우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지난해 프리미어12의 경우 대표팀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주축'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이탈한 것도 뼈아팠다. 하지만 이는 한국 대표팀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부상 선수들의 발생으로 조별리그도 돌파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뎁스'가 두텁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과 대만은 벌써부터 2026 WBC와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준비에 돌입했다. 대만 WBC 대표팀은 최근 롯데 자이언츠와 평가전을 두 차례 진행했으며, 일본도 마찬가지로 오는 3월 네덜란드와 평가전을 진행한다. 일본 '풀카운트'는 "사무라이 재팬은 지난해 프리미어12 결승에서 대만에게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며 "올해 주요 국제대회는 없지만, 내년에 개최 예정인 WBC, 2028년 LA 올림픽을 향한 평가전"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호주 대표팀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화 이글스와 3경기를 통해 한국 선수들의 스타일, 정보를 마구마구 수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말로는 국제대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평가전 등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막상 올해 계획된 평가전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울산에서 열린 가을 교육리그에서 해외팀을 초청했지만, 이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목소리를 높였다. 16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난 이정후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 국가대표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WBC에서 이정후, 김혜성, 김하성이 함께 뛰면 어떤 그림이 펼쳐질까?'라는 물음에 "(김)하성이 형은 무조건 유격수, (김)혜성이도 2루수 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외야에 너무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이정후는 "대표팀에 가게 된다면 어떤 포지션을 소화하고, 몇 번에 들어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대표팀 성적이 너무 안 좋지 않나. 미국 선수들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것을 미국에 온 뒤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가 과연… 지금부터 준비를 잘 해야 될 텐데,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며 "이건 선수들뿐만이 아니라 KBO도 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선수들도 국제대회에서 뛸 수 있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KBO도 모든 것은 선수들에게 맡기고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어 이정후는 '세대교체'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한국 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반 강제적으로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2026년 WBC를 위한 것이라는 게 KBO의 설명이다. 아시안게임의 경우 대만을 제외하면 크게 경계할 팀이 없었다고 하지만, 프리미어12의 경우 메이저리거들을 제외하면 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만 나온다. 이런 대회에서 무턱대고 젊은 선수들로만 구성된 선수들을 내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이정후의 생각이다.

이정후는 '류현진이 WBC는 꼭 뛰고 싶다고 하더라'는 말에 "나는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좋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야구를 해왔다"며 "프리미어12 때부터 세대 교체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나는 너무 젊은 선수들로만 대표팀이 구성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분위기를 탈 때는 확 타오르지만, 다운됐을 때에는 누군가 이끌어주지 못한다. 젊은 선수들만 있으면 분위기가 처질 때 더 처진다. 융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계속해서 이정후는 "내 생각엔 중심을 잡아 줄 선배들도, 정말 투지와 파이팅이 넘치는 어린 선수들도 필요하다. 이런 선수들이 융화가 돼야 좋은 팀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시즌 때도 그렇고 대표팀도 갑작스럽게 베테랑 선배님들을 다 빼버린다. 그 자리에 누군가를 채워 넣었을 때, 대체하는 선수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끝으로 이정후는 "대표팀은 경험을 쌓으러 가는 것이 아니지 않나. 정말 그해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낸 선수들이 가서 나라를 걸고 싸우는 것인데,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낸 선배가 있음에도 세대 교체라는 명분 하에 어린 선수가 나간다. 물론 어린 선수가 잘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WBC와 함께 2028년 LA 올림픽 출전을 희망했다.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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