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5대 은행, 골드·실버 판매액 최대치
달러예금 잔액도 2년 만에 최고 수준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미국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머니무브(자산 이동)가 이어지고 있다. 금으로 수요가 급격히 쏠리면서 값이 폭등하고 품귀현상이 나타나자 은과 달러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이달 1~14일 골드바 판매액은 총 502억1328만원어치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판매액의 수십배에 달하는 규모로 사상 최대치다.
금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7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물 금 선물은 트로이온스당 29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년 새 40% 이상 급등한 수준이다. 제임스 스틸 HSBC 귀금속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값이 급등했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무역 전쟁이 심화될수록 금값은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금이 불티나게 팔리자 골드바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조폐공사는 시중은행에 골드바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이후 시중은행에서 골드바 판매를 일부 중단하기도 했다.
골드뱅킹에도 대규모 자금이 쏠렸다. 국민·신한·우리은행 등 3개 은행의 14일 기준 골드뱅킹 잔액은 총 9019억원으로 집계됐다. 골드뱅킹은 통장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 팔 수 있다. 지난해 말(7822억원)보다 15.3% 불어난 규모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골드뱅킹을 판매하지 않는다.
골드뱅킹 잔액은 금 투자 열풍이 일면서 사상 처음으로 9000억원을 돌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골드바 수급이 어려워지자 대체 상품으로 골드뱅킹을 비롯해 은이나 달러 투자를 찾는 고객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금 투자가 늘어난 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세계 경제가 위축될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에 관세 인상을 예고하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에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
금값 폭등에 힘입어 은 투자도 확대됐다. 국민·신한·우리·농협 등 4개 은행이 1~13일까지 판매한 실버바는 총 5억2889만원으로 나타났다. 전월 동기(3422만원)의 15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실버바를 취급하지 않는다.
그동안 실버바는 판매율이 낮았으나 유례없는 금 투자 쏠림 현상이 실버바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은 가격도 치솟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국제 은 시세는 1온스 당 32.34달러(약 4만6600원)로 나타났다. 연초 대비 약 9.07% 올라간 수준이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달러로도 번졌다. 14일 기준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총 676억5207만 달러로 집계됐다. 월말 기준으로 지난 2023년 1월 말(682억3181만 달러) 이후 2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달러를 추가로 매수하는 투자자가 더 많아진 것이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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