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도영은 3번에 쓰는 것이 답이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타격코치 시절부터 라인업 작성을 꾸준히 해왔다. 코치 시절엔 감독에게 라인업을 건의하는 위치였다면, 감독이 된 지금은 홍세완 타격코치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디시전을 하는 역할이다.
김도영을 입단할 때부터 지켜본 스승으로서, 최적의 타순이 3번이라고 믿는다. 1~2번에 놓는 건 아깝다고 생각한다. 주자가 없거나 1명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3번 타자라면 주자가 2명이 누상에 있을 수 있고, 스코어링 포지션에서의 기회가 더 많다. 클러치능력이 좋은 김도영이 3번에 들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그런 이범호 감독은 최근 어바인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돌아와서 김도영 타순에 대한 변경의 여지를 뒀다. 물론 3번에 쓰는 게 답이라고 했지만, 1~2번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을 때를 가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1~2번 타자가 컨디션이 안 좋거나, 최적의 테이블세터를 구성할 수 없다면 김도영의 타순을 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실제 김도영은 데뷔 후 리드오프나 2번 타자도 해봤다. 작년에 자신도 팀도 대폭발하면서 자연스럽게 3번으로 자리잡은 것일 뿐이다. 어차피 타순이라는 건 상황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상대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범호 감독은 원론적인 얘기를 한 듯하다.
그런데 김도영의 타순이 올라가는 게 현대야구 트렌드에선 전혀 이상하지 않다. 메이저리그에선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를 2번에 놓는 걸 넘어 리드오프로 기용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LA 다저스가 오타니 쇼헤이(31)를 리드오프로 쓴다. ‘강한 2번타자’란 말이 나온 것도 10년은 더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2번타자보다도 1번타자가 타석에 많이 들어설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대야구에서 타순의 전통적 역할론은 많이 희미해졌다. 사실 그렇다. 1번 타자는 1회에만 1번 타자다. 이후 경기흐름과 상황에 따라 타점 찬스에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도 많다. 마찬가지로 4번타자도 이닝의 선두타자로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무조건 잘 치는 타자부터 맨 위에 올리는 게 확률상 이득이라는 얘기는 설득력 있다.
지난해 지켜본 이범호 감독은 타순을 자주 수정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팀의 흐름이 좋고, 개개인의 컨디션이 좋으면 상대와 관계없이 꾸준히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찾은 최적의 조합이 1번 박찬호, 2번 소크라테스 브리토, 3번 김도영, 4번 최형우, 5번 나성범, 6번 김선빈이었다.
올해는 기본적으로 2번 타순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최원준이 일단 유력하고 가장 어울린다. 박찬호-최원준 테이블세터는 컨택과 기동력을 겸비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둘 중 한 명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9번으로 내리고 김도영을 2번으로 올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
사실 박찬호-최원준 테이블세터를 시즌 내내 돌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두 사람이 수비에서 체력부담이 큰 유격수와 중견수이기 때문이다. 수비 활동량이 많은데 타석에도 자주 들어가면 경기력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 박찬호의 경우 리드오프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지만, 올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김도영이 2번에 들어가도 짜임새를 갖출 수 있다. 3번 나성범, 4번 패트릭 위즈덤, 5번 최형우로 자연스럽게 우-좌-우-좌 중심타선을 구축할 수 있는 게 매력이다. 김도영이 3번에 있으면 이게 쉽지 않다. 나성범이나 최형우가 6번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래도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을 3번으로 쓸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때로는 색다른 조합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위즈덤의 KBO리그 적응도 변수이고, 김선빈, 이우성 등 2번으로 올라올 수 있는 또 다른 타자들의 타격 컨디션도 체크해야 한다. 이범호 감독이 행복한 고민 끝에 내놓을 타순은 22일 히로시마 도요카프와의 대외 첫 연습경기서 공개된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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