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타이난(대만) 김진성 기자] “KIA에서 잘 하길 바란다.”
올 시즌 KBO리그 홈런왕 후보 1순위는 단연 ‘디펜딩챔피언’ 맷 데이비슨(34, NC 다이노스)과 메이저리그 88홈런 경력의 패트릭 위즈덤(34, KIA 타이거즈)이다. NC 전임감독은 데이비슨이 창원NC파크 좌측 외야 넘어 보이는 대형마트까지 타구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농담한 적이 있었다. 그만큼 힘이 장사라는 것이었다. 자신이 현역 시절 OB 베어스에서 함께 뛴 타이론 우즈 다음으로 이렇게 힘 좋은 외국인타자를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위즈덤의 파워도 살벌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00개 가까운 홈런을 그냥 친 게 아니라는 얘기다. KIA는 위즈덤을 통해 중심타선의 위력을 극대화, V13을 일궈내겠다는 각오다.
흥미로운 건 두 사람의 타격 스타일이 엇비슷하다는 점이다. 데이비슨은 마이너리그 통산타율 0.257에 226홈런, 사사구 523개에 삼진 1404차례를 당했다. 메이저리그에선 통산타율 0.220에 54홈런, 사사구 89개에 삼진 381차례를 당했다.
위즈덤도 마이너리그 통산타율 0.245에 138홈런, 사사구 341개에 삼진 941차례 당했다. 메이저리그에선 통산타율 0.209에 88홈런, 사사구 134개에 삼진 540차례를 당했다. 한 마디로 둘 다 볼삼비 나쁜 공갈포였다.
그런데 미국보다 투수들의 스피드, 완성도가 떨어지는 KBO리그에서 데이비슨이 업그레이드를 증명하며 홈런왕에 올랐다. 131경기서 타율 0.306 46홈런 119타점 OPS 1.003 득점권타율 0.255에 사사구 61개, 삼진 142차례 당했다. 여전히 볼삼비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삼진에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애버리지가 올라갔다.
KBO리그 투수들의 느린 공에 타이밍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유인구도 골라낸 것이었다. 그는 23일(이하 한국시각) 대만 타이난 아시아 태평양 국제야구훈련센터에서 “(미국에서 뛰던)2021년, 2022년부터 수정을 조금 하면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일본에서도 조금 어려웠지만 그래도 수정을 하면서 KBO에 들어왔다. 매년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이면서 내 야구와 내 강점들을 아니까 그걸 바탕으로 KBO에서도 잘 된 것 같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데이비슨에게 자신보다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더 친 위즈덤은 어떨까. 그는 “2019년에 같이 뛴 룸 메이트였다. 굉장히 좋은 선수라고 알고 있고 KBO에서도 잘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실제 두 사람은 2019년 트리플A 내쉬빌 사운즈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데이비슨은 그해 125경기서 커리어 최다 33홈런을 때렸다. 위즈덤도 107경기에 출전해 31홈런을 터트렸다. 그때의 동지가 6년 후 적으로 만났다. 당시 두 사람이 6년 뒤 메이저리그가 아닌 KBO리그에서 홈런왕을 두고 선의의 레이스를 펼칠 수도 있음을 예상했을까. 세상은 좁다.
타이난(대만)=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