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일반
"HBM 다음은 '꿈의 기판' 유리기판"…삼성·SK·LG 'AI 각축전'
올해 본격 양산 시작됐지만 '유리 깨짐·미세균열 제어'는 '과제'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 속 고성능 AI 반도체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앞다퉈 유리기판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유리기판은 전기 신호 전달 속도와 전력 소비 효율 등에서 기존 기판 대비 우수한 성능을 보여 현재 기판들이 가진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꿈의 기판'으로도 불린다.
D램을 압축적으로 쌓아올린 고성능 AI반도체는 빠른 처리 속도와 복잡한 작업을 위해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열이 발생한다. 열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반도체 성능 저하나 고장이 발생할 수 있어 발열 관리가 핵심 과제다.
AI 시대 촉발로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소재, 부품부터 제조 장비까지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산업의 '게임 체인저'라고 불리는 유리기판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유리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보다 열에 강하고 휨 현상이 적어 고집적 AI 반도체 패키징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의 발전으로 기판 위에 실장되는 칩 개수가 증가하고, 개별 칩의 크기도 커지는 추세에서 유리 기판은 전력 소모를 기존 반도체 기판 대비 크게 줄일 수 있는 AI 반도체 발전에 혁신을 가져다줄 소재로 꼽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텔,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AI 가속기와 서버용 CPU 제품에 유리 기판 관련 기술 연구 중이다. 특히 AMD는 유리기판을 공급받아 자사 반도체 칩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실제 상용화 시기는 빠르면 내년부터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올해부터 관련 산업 수요가 생기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전세계 유리기판 시장 규모도 2023년 71억달러(10조4400억원)에서 2028년 84억달러(12조3500억원)로 18%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리 기판 시장에서 SKC는 일찌감치 양산에 속도를 올린 상황이다. SKC는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를 통해 유리기판을 양산할 로드맵을 밝혔다. 특히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CES 2025 행사 기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를 만난 직후 SK 부스를 찾아 SKC 유리기판 모형을 들며 "방금 팔고 왔다"며 기술 경쟁력을 뽐낸 바 있다. SKC는 반도체 유리 기판 자회사 앱솔릭스를 통해 미국 조지아주 커빙턴시에 세계 최초 유리 기판 양산공장을 만들고 시운전하고 있다. 앱솔릭스는 SKC가 2021년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설립한 회사로 제품 양산 시기를 2026년으로 잡고 있다.
기존 기판 대비 전력 효율과 신호 전달 속도가 뛰어나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도 이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AI 반도체가 발전하면서 기판 위에 실장 되는 칩 개수가 늘어나고, 개별 칩의 크기도 증가하고 있어 유리기판이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반도체 유리기판 생산을 위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유리기판 진출 소식에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협력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유리기판 시장 진출을 공식 발표하고 세종 사업장에 파일럿(시범 생산) 라인을 구축한데 이어 올해부터 고객사 샘플 프로모션을 진행, 2027년 이후 본격적인 양산을 계획중이다. 현재 삼성전기는 유리기판 생산을 위해 복수의 소재·부품·장비사들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반도체 사업부(DS) 내 구매팀 주도로 논의가 진행 중이며, 삼성만의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리기판 제조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켐트로닉스, LPKF 등 제조 장비 기업들과 기술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삼성전기의 최대 주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삼성전기 수원사업장을 찾아 유리기판 등 신사업 개발 현황을 직접 점검했다.
LG그룹은 LG이노텍에서 유리기판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며 추격하고 있다.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LG이노텍도 올해 말부터 구미사업장에서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올해부터 시제품 양산에 돌입한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는 최근 "유리기판은 무조건 가야 하는 방향으로 LG이노텍도 늦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유리기판 사업 착수를 공식화했다.
다만 반도체 유리기판은 공정 난도가 높아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는게 쉽지 않다. 유리 깨짐과 미세 균열을 제어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공정 시 가해지는 열과 압력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구현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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