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기준금리 인하·IFRS17 적용 ‘악재’
킥스 비율 방어·주주환원 제고 필요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5대 손해보험사가 지난해 7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줄줄이 경신한 결과다. 다만 올해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 접어든 데다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건전성 관리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는 보험사 기업가치제고(밸류업)에도 발목을 잡고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5대 손보사의 순이익이 7조428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조원 넘게 늘어난 수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47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6.7% 증가했다.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7722억원, 1조7105억원으로 집계됐다. DB손보는 전년 대비 15.3%, 메리츠화재는 9.2% 증가했다.
현대해상은 전년 대비 33.4% 증가율을 기록하며 당기순이익 1조307억원을 달성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1조 클럽에 입성했다. KB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839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7.7% 증가했다.
실적이 크게 성장한 건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 증가와 장기보험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이다. 새 국제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된 이후 장기 보장성보험이 CSM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의 건전성은 나빠졌다. 지난해 5대 손보사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을 살펴보면 DB손해보험이 201.5%로 전년 대비 31.6%포인트(p) 하락하고 KB손해보험도 188.1%로 27.8%p나 내려갔다. 현대해상은 155.8%로 17.3%p 낮아졌고 삼성화재 역시 265%로 8%p 하락했다. 메리츠화재만 전년 대비 5.4%p 오른 247.6%를 기록했다.
킥스는 건전성 지표 중 하나로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제때 줄 수 있는 수준을 나타낸다. 보험업법 상 최소 기준치가 100%지만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다. 킥스가 낮아진 건 IFRS17가 도입된 영향이 크다.
이에 지난해부터 금리 인하 국면에 접어든 것도 악재다. IFRS17은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데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부채 규모가 커지고 자본이 감소해 킥스 비율이 낮아진다.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제도 변경도 영향을 미쳤다. 4월부터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 적용이 4월부터 본격화되면서 보험 부채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보험 무해지 상품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가정하게 되는 부분이라 보험계약자들의 입장이나 건전성 감독 입장에서 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근거 없이 예외가 적용되면 예외가 너무 많아질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감독당국이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배당을 주지 못하기도 했다. IFRS17 도입으로 부채평가액이 감소해도 계약자가 보험을 해지할 경우 해약환급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준비금을 쌓게 되면서다.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작으면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현대해상은 이번에 배당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반면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배당을 늘렸다. 삼성화재는 주당 1만9000원을 배당하고 DB손해보험은 주당 6800원을 배당한다.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이 보험사 밸류업에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밸류업을 위해 주주환원하는 부분도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인 건전성을 유지하는 부분도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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