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손깍지 끼고 따뜻한 포옹
[마이데일리 = 수원 유진형 기자] 프로선수는 개인의 기량 발전과 팀을 위한 헌신도 중요하지만, 경기장을 찾아주고 관심을 주는 팬에게 감사할 줄 아는 선수가 돼야 한다. 오만한 생각으로 팬들의 사랑을 당연하다고 여겨선 안 된다. 선수는 승패를 떠나 자신을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최선을 다해야한다. 프로선수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팬들의 사랑 때문이다.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GS칼텍스의 경기에서는 눈에 띄는 팬 서비스가 있었다. 바로 현대건설 정지윤 이야기다.
봄 배구,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현대건설은 최근 주전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제공하며 위해 백업 선수 위주로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날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모마를 포함해 베스트 멤버로 GS칼텍스를 상대했다. 하지만 최하위 GS칼텍스에 세트스코어 1-3(20-25 29-27 22-25 21-25)으로 패하며 4연패 수렁에 빠졌다. 홈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았지만 좀처럼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충격적인 패배에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과 선수들은 할 말을 잃었고 빠르게 코트를 빠져나갔다. 그런데 정지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팬이 있었다. 정지윤 유니폼을 입은 어린이 팬이었다. 정지윤은 "지윤 언니"라고 외치는 어린이 팬을 외면하지 않았다. 관중석으로 찾아가 어린이 팬과 손깍지를 끼고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뒤 따뜻하게 포옹했다. 헤어질 때도 계속해서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코트를 빠져나가는 마지막까지 뒤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다. 경기에 져서 힘이 빠지도 기분 나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팬 서비스에 진심이었다.
정지윤은 이렇게 어린이 팬에게 팬 서비스 이상의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이 어린이가 커서 성인이 되고 결혼한 뒤 자녀들의 손을 잡고 배구장을 찾아 현대건설을 응원하며 이날의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현대건설은 19승 14패(승점 60)로 정관장(슴점 60)과 승점 동률이다. 승수에서 밀려 2위 정관장, 3위 현대건설이다. 포스트시즌에서 2위가 가진 홈 구장 이점을 얻기 위해서는 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양 팀의 맞대결 결과가 중요하다. 9일 경기 결과에 따라 2위 싸움의 향방이 갈릴 수도 있다.
[경기 후 어린이 팬에게 잊지 못할 팬 서비스를 한 현대건설 정지윤 / 한국배구연맹(KOVO)]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