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떡 돌렸다고 하던데? 난 못 먹었는데?”
키움 히어로즈는 시범경기서 3루수 경쟁이 볼 만한 포인트다. 송성문이 2루로 이동하면서 3루는 우여곡절 끝에 두 고졸 신인, 전태현과 여동욱의 경쟁 체제다. 홍원기 감독은 자세한 평가를 안 하지만, 타격 재능을 단박에 알아보고 판을 깔아줬다.
가오슝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초반엔 여동욱의 우세였다. 그러나 연습경기가 이어질수록 전태현이 괜찮았다. 전태현은 캠프 연습경기 첫 홈런의 주인공이었다. 8~9일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 개막 2연전 역시 전태현이 주전 3루수로 나갔다.
그런데 정작 경기후반에 출전한 여동욱이 날았다. 여동욱은 8일 경기서 솔로포 한 방을 터트리며 포효했다. 9일에는 둘 다 안타를 치지는 못했다. 대신 여동욱은 득점을 한 차례 올렸다. 그렇게 두 고졸신인의 좌충우돌 프로 적응기가 시작됐다.
홍원기 감독은 그런 두 사람에게 절대 칭찬하지 않는다. 사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도 3루 수비다. 주전이 되려면 수비가 어느 정도는 안정감이 있어야 하는데, 냉정히 볼 때 둘 다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전태현의 경우 고교 시절 유격수였다. 이제 3루 수비를 배우는 단계다. 외야수비까지 병행하고 있다. 홍원기 감독은 신인들이 프로에서 성공하려면 결국 수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홍원기 감독도 하나의 에피소드를 접하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8일 경기서 전태현의 부모를 비롯한 가족이 창원NC파크에 총출동했던 것이다. 전태현은 용마고 출신으로, 가족이 마산에 거주한다고. 전태현의 부모님은 8일 개막전에 맞춰 키움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넉넉하게 먹을 수 있도록 떡까지 돌렸다는 후문이다. 당연히 ‘우리 아들 예뻐 해주세요’라는 의미였다.
9일 시범경기 창원 NC전을 앞두고 만난 홍원기 감독은 홍보팀 직원들에게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난 떡 못 먹었는데?”라고 했다. 물론 농담이다. 홍원기 감독이 뒤늦게 알았던 건 맞지만, 1군 매니저가 뒤늦게 챙겨줬다고 한다.
홍원기 감독은 그제서야 웃었다. “난 현역 때 부모님에게 경기장 오지 말라고 했다. 힘이 빡 들어가서”라면서도 “시범경기이긴 해도 프로에 막 입단해서 경기까지 나오는데, 아들이 얼마나 대견할까. 그것만으로 효도 다 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웃더니 “그래서 어제 힘 들어갔어”라고도 했다.
홍원기 감독도 자식을 키우는 부모다. 장성한 딸이 있다. 지금 입단하는 모든 선수가 전부 아들 뻘이다. 선수들이 홍원기 감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홍원기 감독은 정말 젊은 선수들을 자식처럼 생각하고 시즌을 꾸린다고. 미운X 매 한대 더 든다고, 그래서 선수들에게 헛된 희망이나, 과도한 칭찬은 절대하지 않는다. 그만큼 프로가 정글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 홍원기 감독도 전태현의 부모님이 경기장에 와서 떡까지 돌렸다는 소식에 잠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해서다. 전태현은 부모가 선물한 떡의 힘으로 야구를 잘 하는 일만 남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