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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손)호영이 형 말이 너무 와닿았다"
롯데 자이언츠는 스프링캠프 종료를 앞두고 날벼락을 맞았다. 지난해 '주포지션'인 2루수로 정착해 '탱크' 박정태가 보유하고 있던 구단 2루수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120경기에서 148안타 14홈런 87타점 79득점 타율 0.308 OPS 0.834로 활약한 고승민이 주루플레이 과정에서 왼쪽 발목 부상을 당한 탓이었다. 다행히 진단 결과는 발목 염좌로 드러났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쏟아진 부상자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이에 롯데는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을 할 수도 있었지만, 고승민이 최대한 빠르게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쿄행 항공편을 알아봤다. 이유는 치료에 정평이 나 있는 이지마 접골원을 방문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약 일주일 정도 치료를 받은 고승민은 지난 10일 곧바로 사직구장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 훈련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11일의 경우 고승민은 수비훈련은 물론 토스 배팅과 프리 배팅까지 모든 훈련을 무리 없이 소화했는데, 김태형 감독은 고승민에 대한 물음에 "할 수 있는 (훈련은) 하는 것 같다"며 "매일매일 체크를 해서 어떻게 되는지를 보고 (경기에) 나가는 것"이라며 복귀 시점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고승민은 하루빨리 그라운드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다.
11일 모든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고승민은 "몸 상태는 너무 좋다. 구단에서 너무 배려를 잘해 주셔서 치료를 잘 받고 왔다"며 "지금 모든 훈련이 다 된다. 이제 조금씩 올리는 중이다. 부상을 당한 뒤 이틀째까지는 너무 아파서 걷지도 못했다. 그런데 통증이 조금씩 줄더라. 크게 다친 것이 아니라서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고승민은 자신이 부상을 당한 것보다 팀에 피해가 됐을 것을 우려했다. 그는 "(다쳤을 때) 팀 분위기에 마이너스였기 때문에 그게 좀 컸다. 내가 다치는 것은 괜찮은데, 캠프가 끝나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나왔다는 것은 팀에 마이너스이지 않나. 그거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이번주 주말부터 아마 경기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몸 관리할 때가 아니다"라고 의욕을 내비쳤다.
고승민이 이토록 빠르게 복귀를 희망하고 있는 이유는 아직까지 스스로 '주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일본에서 치료를 받던 중 고승민은 손호영의 귀국 인터뷰 멘트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고. 손호영은 귀국 당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주전'이라는 말에 "주전이 보장됐다기보다는 '내게 먼저 기회가 온다'는 생각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기회를 먼저 받고, 스타팅으로 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롯데 내야에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전으로 볼 수 있는 나승엽(1루수), 고승민(2루수), 박승욱(유격수), 손호영(3루수) 외에도 최항을 비롯해 전민재, 한태양, 이호준 등이 백업은 물론 언제든 주전 자리를 꿰차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고승민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는 "빨리 시범경기를 치러야 하는 몸이다. 그래야 시즌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조급하다. 지금은 경쟁자도 많다. (손)호영이 형 말이 너무 와닿았다. 먼저 기회가 주어질 뿐이다. 주전이 확정이 아니다. 일본에서 호영이 형의 인터뷰를 보고 다시 한번 마음가짐을 다잡았다"며 "지금 (이)태경이라는 신인도 올라왔다. 이 선수들이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같이 경쟁을 하고, 그러다 보면 모든 내야수들이 시너지를 통해서 모두 잘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호영의 인터뷰를 접한 고승민은 일본에서 단순히 치료만 받은 것이 아니다. 시간이 날 때면 웨이트 훈련을 하며 2025시즌을 준비했다. 그는 "일본에서 그냥 쉬기만 한 것이 아니다. 나름 웨이트도 계속했고, 운동을 해왔다. 크게 쉰 것 같지 않아서 (감각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구단에서도 훈련을 다 할 수 있게 지원을 해주셨다. 지금은 아프면 안 되는 시기다. 내가 다쳐서 빠졌지만, 한 명이라도 빠지면 팀에는 마이너스다. 다른 선수들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령탑은 경기 출전 시점에 대해선 아직 보수적인 입장이지만, 고승민은 사령탑이 결단만 내려 준다면, 언제든 경기에 나가겠다는 각오다. 11일 취재진과 만났던 고승민은 "나는 오늘 당장이라도 나갈 수 있다"며 "내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오자마자 다들 '하지마'라고 하는데, 실내에서 기계볼도 쳤다. 그만큼 하고 싶다. 내 자리에 형들이나, 동생들이 나가는 것을 보면 자극을 받는다. 나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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