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안정적 수익원 우선… ‘캐시카우’ 인수 집중
성공적 M&A 위해 기업 의지·정부 지원 필요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이 수익원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거래 위주라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이 공식화한 국내 M&A는 총 5건이다. 지난 5년간은 국내 제약·바이오 M&A 건수는 48건으로, 2020년 3건에서 2024년 11월 14건으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M&A 증가 자체는 산업 성장 신호라고 보면서도, 인수 규모가 대부분 1000억원 미만인 점을 지적한다. 글로벌 기업이 신약 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흡수합병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당장 캐시카우(수익원)가 될 기업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M&A를 추진하는 기업은 대부분 연 매출 2000억원 이하 중소기업이다. 신사업 진출과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이달 필러·재생의료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 기업 인수를 추진 중이다. 현재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기존 전문의약품(피부과·비뇨기과·내과 등) 사업에 이어 피부재생·미용 치료제 등으로 확장을 꾀한다.
신라젠은 코렌텍으로부터 우성제약을 100억원 규모로 인수한다. 수액제를 주력 제품으로 삼는 우성제약을 통해, 기존 항암제 R&D 전략과 함께 완제의약품 판매 기능을 갖춘 제약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신약 개발 기업 큐라클은 이달 원료의약품(API) 개발·수입·유통 기업인 대성팜텍을 흡수합병한다. 오는 5월 14일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 큐라클은 대성팜텍 합병을 통해 95억원 매출을 확보하는 효과를 본다.
HLB그룹은 이달 펩타이드 제조 GMP(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인증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애니젠을 인수했다. 자금난을 겪어온 애니젠은 HLB그룹 인수로 600억원 자금을 확보해, 신규 GLP-1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GC녹십자그룹은 미용·성형 시장 대표 제품인 보툴리눔 톡신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그룹 계열사인 녹십자웰빙은 지난달 이니바이오 경영권 지분을 400억원대로 인수했다. 지난해 연매출 1338억원을 기록한 녹십자웰빙은 이를 발판으로 톡신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이후 5년간 성사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M&A는 48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그 금액은 글로벌 빅파마 빅딜 1건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M&A가 기업 전략적 성장을 위한 ‘흡수 합병’(70% 이상)에 집중되는 반면, 국내에서는 ‘지분 인수’(87.5%) 비중이 높아 단기적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소규모 거래인 1000억원 미만 M&A가 43건 중 34건(79%)에 달한다.
업계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올해 국내외 M&A 거래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글로벌 수준에서 이뤄지는 M&A는 PMI(합병 후 통합) 과정까지 고려해야 해 리스크와 실패 확률이 높다”며 “국내에서도 성공적인 M&A 노하우가 축적·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규 기자 p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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