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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손에 쥐가 나서…"
볼티모어 오리올스 스가노 토모유키는 31일(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투구수 73구, 4피안타 2볼넷 1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선택을 받은 스가노는 데뷔 첫 시즌부터 13승 6패 평균자책점 3.12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리고 통산 12시즌 동안 276경기에 등판해 136승 74패 평균자책점 2.43의 성적을 남긴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가노가 35세임에도 불구하고 빅리그에 노크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다승왕 4회, 평균자책점 1위 4회, 탈삼진왕 2회,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을 두 차례 선정, MVP 3회로 뽑히는 등 화려한 이력이 한 몫을 했다. 그리고 이번 겨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1년 1300만 달러(약 192억원)의 계약을 맺고 꿈에 그리던 빅리그 유니폼을 입게 됐다.
35세에도 스가노의 경쟁력은 충분했다. 스가노는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에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4⅔이닝 동안 5실점(5자책)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총 5경기에서 2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00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고, 개막 로스터에 합류, 4선발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31일 토론토를 상대로 정규시즌 첫 등판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스가노는 1회초부터 한 점을 지원받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는데, 첫 타자 보 비셋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후속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 앤서니 산탄데르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웠으나,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 결과 안드레스 히메네스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2, 3루 위기에 몰렸고, 조지 스프링어에게 역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스가노는 이어지는 2사 1루에서 윌 와그너를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났고, 이후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2회 앨런 로든-타일러 하이네만-마일스 스트로로 연결되는 하위 타선을 완벽하게 묶어냈다. 이어 3회에는 게레로 주니어에게 안타, 산탄데르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두 번째 위기를 맞았으나, 히메네스와 스프링어를 요리하며 순항을 이어갔고, 4회에도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그리고 스가노는 5회에도 투구를 이어가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단 한 구도 던지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그 이유는 경기가 끝나고 밝혀졌는데, 손에 쥐가 났던 까닭이었다. 일본 무대를 평정하고, 국제대회 무대까지 수차례 경험했던 투수도 메이저리그 첫 등판은 긴장의 연속이었던 모양새다.
일본 '닛칸 스포츠'에 따르면 스가노는 "4회 마운드에 있을 때부터 왼손이 글러브 안에서 경련을 일으켜서 불편하게 느껴졌고, 5회 마운드로 가기 전 오른손도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가락이 얼어붙어서 조금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가노는 "손에 쥐가 났던 것"이라며 이날 갑작스러운 강판이 다음 등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확실히 이날 스가노는 긴장한 모습이 투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조금 긴장을 했었다. 메이저리그 마운드는 역시 상상했던 대로 멋진 곳이라고 생각했다. 1회부터 스트라이크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인생의 처음이었다. 좋은 경험이 됐지만, 마지막엔 조금 아쉬웠다. 손의 경련이 시작되면 어쩔 수가 없다. 다음에는 더 차분하게 던지겠다"고 말했다.
1회 크게 흔들렸지만, 2회부터는 내용이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던 스가노는 "투수 코치님, 포수와 이야기를 나눴고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고 의식을 하고 던졌더니, 그 이후로는 좋은 방향으로 풀렸던 것 같다"며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이려는 결심을 하고 왔다. 더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다음 등판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부상자의 경우 경기가 끝난 뒤 보통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스가노는 이례적으로 취재에 응했는데,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가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내 입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마음대로 기사가 나가게 된다. 그래서 내 입으로 이야기하기 위함이었다"고 웃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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