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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오타니, 버블헤드 데이니까 홈런 쳐줘!"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홈 맞대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활약, 팀의 개막 8연승의 선봉장에 섰다.
오타니는 지난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도쿄 개막시리즈에서 시즌 첫 홈런을 터뜨린 뒤 28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상대로 본토 개막전에서 2호 아치까지 그리며 지난해와 달리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이후 4경기에서는 좀처럼 '한 방'이 터지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3일 이 좋지 않은 흐름을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1회 첫 번째 타석에서 1루수 땅볼,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우익수 뜬공에 그쳤던 오타니의 방망이가 깨어나기 시작한 것은 경기 중반이었다. 다저스가 3-5로 근소하게 뒤진 5회말 무사 1루의 세 번째 타석에서 애틀란타의 바뀐 투수 인옐 데 로스 산토스를 상대로 5구째 직구를 공략, 101.6마일(약 163.5km)의 타구를 우익수 방면으로 보내며 첫 안타를 신고, 8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이 활약은 시작에 불과했다. 오타니는 7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애틀란타 딜런 리를 상대로 좌익수 방면에 안타를 터뜨리며 '멀티히트'를 완성했고, 5-5로 균형이 맞춰진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찬스가 찾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버블헤드'를 선물로 나눠준 경기에서 오타니는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 시절 한솥밥을 먹었었던 호세 이글레시아스의 초구 88.9마일(약 143.1km)의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코스로 들어오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그리고 이 타구는 무려 102.5마일(약 165km)의 속도로 뻗어나갔고,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홈런으로 연결됐다. 오타니가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것은 메이저리그 통산 두 번째, 오타니는 동료들의 축하 세례를 속에 홈을 밟으며 승리를 이끌어었다.
이 승리는 수많은 역사로 이어졌다. 다저스는 전날(2일)까지 개막 이후 7연승을 질주하며 로스앤젤레스 연고지 이전 이후 개막 최다 연승을 질주했는데, 이날 8연승을 내달리며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의 개막 10연승(1955년)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게다가 직전 시즌 월드시리즈(WS) 우승팀으로서는 뉴욕 양키스(1928년, 1933년)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1933년), 보스턴 레드삭스(1916년) 이후 역대 최다 연승 기록으로 이어졌다.
이날은 오타니를 위한 날이었다. 경기 전 팬들에게 오타니의 '버블헤드'를 선물로 나눠 준 까닭. 이런 경기에서 오타니가 진짜 '주인공'으로 거듭나게 된 배경에는 팬들의 외침이 있었다. 일본 '풀카운트'에 따르면 오타니는 마지막 타석에 들어서기 전 관중석에서 '오타니, 버블헤드 데이니까 홈런 쳐줘!'라는 외침을 들은 채 타석에 들어섰다고.
오타니는 "불펜의 기막힌 끈기와 맥스 먼시의 적시타가 마지막에 좋은 승리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실투를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며 "관중석 쪽에서 '버블헤드 데이니까, 홈런 쳐줘'라는 말을 들었는데, 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렇게 많은 팬들이 찾아와서 멋진 경기를 봐줬다는 것이 선수로서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활짝 웃었다.
오타니는 "내게는 정말 특별한 날이었다. 구단에서 버블헤드 데이를 만들어줬고, 그날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것은 선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매우 좋은 밤이었다"며 "현재 좋은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오늘뿐만이 아니라 경기 후반 역전승이 많은데, 이 분위기는 다음 경기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덕분에 연승을 달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일명 '어뢰 배트'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어뢰배트는 배트 끝으로 갈수록 굵기가 굵어지는 일반적인 방망이와 달리, '스윗 스팟' 부분만 유독 두껍게 만들어진 방망이로, '어뢰'를 닮은 모양에 '어뢰배트'라고 불린다. 뉴욕 양키스 선수들은 최근 이 방망이를 사용함으로써 개막 4경기 18홈런이라는 메이저리그 역사를 만들어냈고, 오타니에게도 당연히 어뢰배트에 대한 질문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오타니는 당분간 어뢰배트를 사용할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당장은 사용할 일은 없을 것이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배트에 충분히 만족하고 좋은 느낌을 받고 있다. 그래서 당분간은 기존의 배트를 계속 사용할 생각"이라며 "오늘은 무슨 공을 쳤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최근 실투가 파울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제대로 스윙을 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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