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대구iM뱅크파크 최병진 기자] 주인공이 냉정했다.
지난 18일 대구iM뱅크파크에서 대구FC와 FC서울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15라운드가 열렸다. 일명 ‘정승원 더비’. 정승원은 대구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이후 대구를 떠나 수원 삼성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겼고 이로 인해 대구와의 경기에서는 항상 야유를 받았다.
갈등은 지난 서울과 대구의 맞대결에서 폭발했다. 정승원은 1-2로 뒤지던 후반전에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켰고 경기 내내 자신에게 야유를 하던 대구 원정 팬들에게 ‘역주행’을 하며 세레머니를 했다. 정승원의 도발에 대구 선수들도 참지 못했고 선수들이 충돌하며 엉키기도 했다. 그리고 서울은 문선민의 역전골까지 나오면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자연스레 대팍을 찾을 때 정승원을 향한 대구 팬들이 환대(?)는 불 보듯 뻔했다. 대구 구단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 병력을 추가로 투입하며 준비를 했다.
서울 선수단 버스가 경기장에 도착하면서 정승원 흔들기는 시작됐다. 정승원이 버스에서 내리자 대구 팬들은 곧바로 야유를 보냈고 정승원은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경기장에 입장했다.
외부 분위기만큼 그라운드에서도 과열이 예상됐다. 대구 선수들이 정승원을 더 강하게 집중 견제 할 것이라고 다수가 생각을 했다. 경기 전까지 분위기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였다.
그만큼 양 팀 감독도 차분함을 강조했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팬들은 야유를 할 수 있다. 승원이한테 반응하지 말라고 했다”고 했고 서동원 대구 감독 대행도 “개인적인 감정보다 축구에 집중하고 거친 플레이는 해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치열한 속에서 나올 수 있는 ‘변수’에 대한 경계였다.
양 팀의 충돌은 전반 6분 만에 벌어졌다. 공교롭게 정승원으로 인해 상황이 만들어졌다. 정승원이 대구 공격 진영에서 볼을 차다가 카이오의 머리를 가격하는 듯한 장면이 발생했다. 이에 대구 선수들과 관중, 벤치까지 소리를 쳤고 정승원의 퇴장을 주장했다.
정승원은 직접적인 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이로 인해 양 팀이 엉키는 모습도 있었다. 주심은 정승원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고 야유는 더욱 거세졌다.
이른 경고 때문인지 정승원은 쉽게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다. 대구 선수들은 정승원과의 경합 과정에서 더욱 강하게 부딪혔고 볼을 따냈을 때의 대구 팬들의 함성도 덩달아 커졌다. 전반 중반 이후부터는 수비에서 안정감을 가져가면서 대구가 흐름을 잡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 시작 2분 만에 경기 분위기가 달라졌다. 둑스가 선제골이자 K리그 데뷔골을 터트렸다. 리드를 잡은 서울은 보다 여유를 가지고 경기를 풀어갔고 대구에게는 조급함이 생겼다.
이는 정승원과 대구 선수들의 반칙에도 영향을 끼쳤다. 정승원은 팀이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편안하게 플레이를 했고 대구 선수들의 반칙만 점차 늘어났다. 요시노가 정승원의 다리를 차면서 경고를 받았고 카이오도 정승원을 넘어트린 후 파울이 선언되자 강하게 항의를 했다. 점수도 0-1로 뒤지고 있었기에 세밀함도 덩달아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정승원은 거친 장면 속에서도 평소와 달리 반응을 자제하며 침착함을 유지했다. 결국 서울은 1-0으로 승리를 거뒀고 정승원은 경기가 끝나자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열정을 넘어선 정승원과 대구의 투쟁 쪽에서 더 냉철한 쪽은 정승원이었다. 물론 퇴장을 피한 행운도 따랐다. 볼을 차는 과정에서 카이오를 확인하지 못했고 반칙 후에도 계속해서 사과를 했지만 직접적으로 신체를 가격했다면 의도와 상관없이 퇴장을 피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이로 인해 플레이를 조금은 소극적으로 가져가야 했고 집중 견제도 계속 당해야 했다. 그러면서 흥분도가 높아져 또 다른 상황이 생길 수 있었지만 정승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정승원은 “야유와 견제 모두 예상하고 있었다. 감독님도 이런 경기일수록 경고나 퇴장으로 변수가 나올 수 있다고 주의를 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소에 주심에게 적극적으로 항의를 하는 스타일인데 오늘은 열심히 참았다. 주심도 상대가 저를 강하게 대응하는 게 보였다고 하더라. 또 잘 참았다고 해주셨다”고 밝혔다.
축구는 몸싸움이 허용되는 스포츠이기에 투쟁심이나 열정 같은 에너지가 승부에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감독들도 볼 경합 장면에서 밀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날 경기는 어느 때보다 투쟁심이 경기 분위기를 좌우할 것으로 보였으나 결과를 가져온 건 냉정함이었다.
대구iM뱅크파크 =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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