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허가영 감독의 단편영화 '첫여름'이 제78회 칸국제영화제 라 시네프(La Cinef) 부문 1등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 역사에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지난 22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의 뷔뉴엘 극장에서 라 시네프 부문 시상식이 열렸다. 라 시네프는 세계 영화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중단편 경쟁 부문이다. 전 세계 646개 영화학교에서 출품된 2,679편 가운데 최종 경쟁작 16편이 선정됐고, 허 감독의 '첫여름'이 1등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영화가 해당 부문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 감독은 1등 상금으로 1만 5천 유로를 받는다. 앞서 한국 영화 '매미'(2021년)와 '홀'(2023년)이 라 시네프 부문 2위에 오른 바 있다.
'첫여름'은 손녀의 결혼식보다 연하 남자친구의 49재에 참석하고 싶어 하는 노년 여성 영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기대 사이의 갈등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허 감독은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해 '여성의 욕망'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영화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직장 생활을 하던 허 감독은 영화에 대한 열정을 안고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41기로 입학해 '첫여름'을 졸업작품으로 냈다. 그는 "인간과 삶, 사랑 그리고 소수자와 가까운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며 "사회적 정상성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이야기를 통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며 누군가에게 가닿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칸영화제는 12년 만에 한국 장편영화가 단 한 편도 초청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허가영 감독의 수상은 그 공백을 뛰어넘는 의미 있는 성취로, 한국 영화의 저력을 다시금 세계에 각인시켰다.
한편, '첫여름'은 오는 6월 6일 파리 팡테온 시네마에서 상영된다. 러닝타임은 30분이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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