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오늘 할 걸 내일로 미루지 말자"
지난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1차 지명을 받은 최준용은 2024시즌 6월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었다. 2021시즌 20홀드, 2022년엔 6홀드 14세이브, 재작년에는 14홀드를 수확할 정도로 롯데 불펜의 핵심이었던 최준용이 사라졌던 이유는 오른쪽 어깨 견관절 부위의 부상 때문이었다. 이에 롯데와 최준용은 고심 끝에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고, 그대로 시즌을 종료했다.
착실한 재활 과정을 밟은 최준용은 올해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다시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였는데, 올 시즌 초반에도 최준용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1차 대만 스프링캠프 막바지 오른쪽 팔꿈치 부상이 또다시 발목을 잡았던 까닭. 하지만 지난 17일 삼성 라이온즈와 더블헤더 맞대결에 앞서 오랜만에 1군의 부름을 받았고, 돌아온 최준용은 롯데 마운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정철원과 김원중 외에 단 한 명이라도 확실한 필승조 카드를 원해왔었다. 2년 연속 '믿을맨' 구승민이 부진한 스타트를 끊은 여파였다. 그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주고 있는 것이 최준용이다. 최준용은 당초 예정보다 늦게 돌아오게 됐지만, 최고 153km의 빠른 볼을 뿌리는 등 5경기에서 1홀드 평균자책점 3.38로 활약하고 있다.
성적도 눈에 띄나, 기록 외적으로 팀에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다. 최준용의 합류는 정철원과 김원중의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김태형 감독의 마운드 운용에도 여유를 갖게 만들어 주고 있다. 선발 투수가 6이닝을 소화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더라도, 확실하게 뒷문을 걸어 잠글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건강을 되찾고 돌아올 때까지의 재활 기간은 최준용에게도 쉽지 않았다. 최준용은 '작년에 수술을 받고 돌아와야 하는데, 캠프에서 또 다쳐서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는 말에 "생각보다 검진 결과가 안 좋게 나왔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쉬다가 돌아오게 됐다. 수술했던 부위가 아파서 쉰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재활을 잘 하고 올라가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만 가졌다"고 말했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수술을 받기 전 최준용의 직구 평균 구속은 144.8km에 불과했다. 최준용의 가장 큰 강점은 높은 RPM이 기반이 된 150km 이상의 강속구. KT 위즈 이강철 감독도 인정할 정도로 최준용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는데, 이를 완전히 잃었던 것이다. 하지만 부상을 털어내고 돌아온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149.8km로 무려 5km가 상승했다. 최고 구속은 153km. 꾸준함은 지켜봐야 하지만, 좋았을 때의 폼을 찾은 것은 분명하다.
최준용은 "어깨는 너무 좋다. '진작에 수술을 받을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실 수술이 무서웠다. 어깨 수술은 투수에게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주위에서도 '수술을 받았으니, 스피드가 떨어질 것'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으니 오히려 오기가 생기더라. 그래서 '한번 보여줄게'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옛날에 정말 좋았을 때의 2800RPM은 아니더라도, 현재 2600RPM 정도는 나오는 것 같다. 수직 무브먼트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긴 공백기 속에서 최준용이 강해진 것은 육체만이 아니다. 오랜만에 '마이데일리'와 만난 최준용은 멘탈도 눈에 띄게 건강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예전엔 결과에 자존감이 왔다 갔다 했는데, 지인으로부터 '멘탈리티'라는 책을 선물받아서 읽고 있는데,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접했다. 과정을 더 잘 준비하면,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갖게 되고, 그런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지금은 과정에 더 집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SNS 릴스를 보는데, 보통 훈련을 할 때 '이 정도면 됐어. 내일 하자'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냥 해. 힘들어도 그냥 하는 거야. 오늘 할 걸 내일로 미루지 마'라는 글을 봤는데, 그게 너무 좋더라. 그래서 프로에 입단한 이후 훈련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수술 이후 웨이트와 재활 운동을 정말 많이 했다"며 "1년이라는 시간을 쉬면서, 멘탈도 강해지고 야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통증에서도 벗어났고, 오랜만에 마운드로 돌아온 만큼 최준용의 모습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 매우 즐거워 보였다. 그는 "(유)강남이 형이 롯데로 온 뒤 나는 한 번도 좋은 공을 던진 적이 없었다. 그래서 강남이 형이 앉아 있을 때 꼭 한번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게 현실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준용은 "올해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땐 팀이 상위권에 있었기 때문에 '민폐만 끼치지 말자'라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맞고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내가 올라가서 더 잘될 수도 있는거 아냐?'라는 생각도 했었다"며 "올해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절대 다치지 않고, 1군에서 그냥 있는 게 아니라, 계속 중요한 선수로 있는 게 목표다"며 "그리고 가을야구를 가고 싶다. 가을야구를 한다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지 않나. 그게 올 시즌의 목표"라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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