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김도영(KIA 타이거즈) 선배님을 상대하고 싶다. 삼진을 잡고 싶다. 직구로 잡고 싶다"
'슈퍼루키' 배찬승(삼성 라이온즈)이 드디어 자신의 꿈을 이뤘다. 2024시즌 KBO리그 최고의 타자 김도영을 깔끔하게 잡았다. 그것도 사실상 첫 타석에서 말이다.
배찬승은 올 시즌 리그에서 손꼽히는 히트상품 중 하나다. 대구옥산초-협성경복중-대구고를 졸업하고 2025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곧바로 1군 스프링캠프에 승선했고, 코치진이 뽑은 4명의 캠프 MVP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당시 박진만 감독은 "(배)찬승이는 설명할 것이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삼성에 뽑힌 순간부터 언급한 '꿈'이 있다. 드래프트 지명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김도영 선수를 상대해 보고 싶다. 삼진을 잡고 싶다"고 했다. 스프링캠프지로 출국하면서도 "김도영(KIA 타이거즈) 선배님을 상대하고 싶다. 삼진을 잡고 싶다. 직구로 잡고 싶다"고 밝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목표다. 지난 시즌 김도영은 전설을 썼다. 141경기에 출전해 189안타 38홈런 40도루 143득점 109타점 타율 0.347 출루율 0.420 장타율 0.647을 기록했다. 2015년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47홈런-40도루)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 40-40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그럼에도 역대 최연소(20세 10개월 13일)-최소 경기(111경기) 30-30, 단일 시즌 최다 득점, 최초 월간 10-10, 최소 타석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 최연소(20세 8개월 25일)-최소 경기(97경기) 100득점, 최연소(20세 11개월 6일) 100득점 100타점, 21세 이하 최다 홈런 등 다양한 기록을 세웠다. 리그 MVP, 3루수 골든글러브를 비롯해 대부분의 상을 휩쓸었다.
두 사람의 맞대결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다. 김도영은 올 시즌 개막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한 달 넘게 재활을 진행했고 지난 4월 25일 1군에 합류했다. 김도영이 1군에 올라온 뒤 약 1달이 지난 5월 23~25일, 대구에서 KIA와 삼성이 대결을 펼쳤다. 기다리던 두 사람의 승부도 성사됐다.
다만 첫 대결은 싱거웠다. 23일 팀이 4-6으로 뒤진 8회 1사 2루에서 배찬승이 등판했다. 배찬승은 아웃 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볼넷과 안타를 내주며 1실점 했다. 9회에도 배찬승이 마운드를 지켰다. 선두타자 박정우가 내야안타, 박찬호가 보내기 번트를 댔다. 김규성의 삼진으로 2사 2루가 됐다. 드디어 김도영 타석. 하지만 삼성 벤치는 고의사구를 지시, 김도영을 걸렀다. 배찬승은 최형우를 삼진 처리하고 9회를 마쳤다.
곧바로 기회가 왔다. 25일 2-2로 양 팀이 팽팽히 맞선 8회 박진만 감독은 배찬승을 내보냈다. KIA는 1번 박찬호-2번 오선우-'3번 김도영'으로 이어지는 타순. 박찬호는 중견수 뜬공, 오선우는 투수 땅볼로 물러났다.
김도영과 실질적인 첫 승부. 긴장해서였을까 초구는 바깥으로 크게 벗어나는 볼이 됐다. 구속은 155km/h. 2구 슬라이더가 몸쪽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김도영은 방망이를 내다 멈췄다. 하지만 ABS 존 하단에 걸치며 루킹 스트라이크. 3구 변화구가 다시 빠지며 볼. 4구 슬라이더가 다시 몸쪽으로 날카롭게 꽂혔다. 이번엔 방망이에 맞고 파울.
2-2 카운트. 배찬승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날 전까지 배찬승은 2-2 카운트에서 피안타율 0.286을 기록했다. 김도영은 타율 0.467로 강했다. 삼성 배터리의 선택은 빠른 공. 강민호가 바깥쪽 낮은 코스에 미트를 갖다 댔다. 배찬승은 온 힘을 다해 공을 뿌렸고, 공은 힘 있게 솟구치며 스트라이크 존 상단으로 향했다. 김도영은 그대로 헛스윙 삼진 아웃. 구속은 154km/h가 찍혔다. 배찬승은 짧게 포효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김도영이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했기에 더욱 놀랍다. 김도영은 지난 22일 수원 KT전부터 25일 경기까지 4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냈다. 해당 기간 성적은 18타수 9안타 4홈런 2도루 7득점 6타점 타율 0.500 OPS 1.748.
말 그대로 던질 곳이 없었다. 23일 김재윤의 직구를 때려 홈런을 생산했고, 24일은 김태훈의 스위퍼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박진만 감독은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계속 걸러야 되나? 직구 던지면 홈런치고, 변화구 던져도 홈런치고. 라이온즈 파크에서 공이 잘 보이나 봐"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 김도영을 힘으로 눌렀다. 이 성과는 엄청난 자신감으로 돌아올 터. 배찬승은 3월 평균자책점 2.70으로 순항하다 4월 5.68로 흔들렸다. 5월 3.27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이와 동시에 '김도영 삼진'이라는 훈장을 얻은 것.
두 선수의 대결은 이제 막 시작됐다. 첫 승부는 원래 투수가 유리하다. 다음 맞대결의 승자는 누가 될까.
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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