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재홍, 영화 '하이파이브' 지성 役
"대중적인 오락영화로 연기하고 싶었어요"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이번에도 은퇴작이냐고요? 복귀작이라고 해주세요."
안재홍은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하이파이브'(감독 강형철) 개봉을 앞두고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이파이브'는 장기이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활극.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 '스윙키즈'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강형철 감독의 신작이다.
안재홍은 극 중 폐를 이식받아 급이 다른 폐활량을 얻게 된 만년 작가 지망생 지성 역을 맡았다. 히어로물 공식에 빠삭한 지성은 자신처럼 초능력을 이식받은 사람들을 찾아 팀 '하이파이브' 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이날 안재홍은 "'하이파이브'를 극장에서 보니 너무 세련되고 따끈따끈하더라. 감각적이고 새로웠던 영화다. 강형철 감독님이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작품을 표현하시려 끝까지 밀어붙이셨다는 걸 많이 느끼면서 봤다. 옆자리에서 봤는데 정말 존경스러웠다"며 "이렇게 재밌고 끝내주는 작품에 출연할 수 있어 감사했고 뿌듯했다. 내가 출연한 작품이지만 이런 재밌는 영화는 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은 분들께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초 '하이파이브'는 2021년 촬영을 마치고 2023년 개봉 예정이었으나, 기동 역을 맡은 유아인의 마약 투약 논란으로 공개가 연기됐다. 긴 기다림 속에서 강 감독은 후반 작업에 열중했다. 안재홍 역시 후반 터치가 많이 들어가는 장르이니 조급해하지 않으려 했다. 오히려 기대감이 컸다. 첫 초능력물이기에 어떻게 구현될지, 어떤 톤앤매너로 그려질지 궁금했다. 안재홍은 강 감독과 '하이파이브' 개봉을 기다리며 좋은 마음만 품고 있으려 했다.
안재홍은 강 감독과의 오랜 인연도 고백했다. 15년 전, 그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 '미쟝센 단편영화제' 희극지왕 섹션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은 바로 '써니'로 주목받던 강 감독이었다. 이후 강 감독은 영화제나 각종 영화 행사에서 안재홍을 챙겼고, 인연은 꾸준히 이어졌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만큼, 안재홍은 '하이파이브'에서 지성으로서 강 감독과 남다른 호흡을 자랑했다.
"감독님과의 인연, 그런 시간이 만들어준 어떤 호흡이 분명히 있었어요. 그런 연이 아니더라도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했고, 감독님의 코미디를 잘 구현하고 싶었고요. 또 감독님의 코미디는 어떤 개인기로 이루어지는 분위기가 아니에요. 정확한 상황 속에 캐릭터가 들어갔을 때 자연스럽게 코미디가 유발되는 영화를 만드시거든요. 그래서 배우들이 그 안에서 뭔가를 하려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단체샷 하나만으로도 재미가 뜨거웠어요."
안재홍은 지성에 대해 "굉장한 콤플렉스 덩어리이자 외톨이, 사회성이 결여된 인물이다. 어둡고 자기 비하적인 면모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성향과 캐릭터가 어둡게만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완서(이재인) 앞에서 콤플렉스를 이야기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누구나 자신감 없고 이기적인 면모를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데 소녀 앞에서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한다. 너무 한심해 보여서 오히려 재밌고 공감 가고, 지성이 마냥 멀게 느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완서도 지성도 친구가 없고 혼자 있는 게 편하다. 그런 면이 지성의 '내가 원래 이래. 이러고 살아'라는 대사로도 드러난다. 이런 이야기를 소녀 앞에서 하는 사람이 측은하고, 감싸 안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라며 "특히 완서가 아버지 앞에서 눈물을 터트리며 '나 친구 없어' 하는 건 지성과 다투고 난 뒤다. 이런 부분들이 마냥 무겁게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앞서 안재홍은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사회성이 결여된 고독한 외톨이 주오남으로 분했다. 탈모 분장까지 감행한 열연에 '은퇴작 아니냐'는 극찬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번 '하이파이브'에서는 지성으로 완벽히 변신해 또 한 번 외톨이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안재홍은 "외톨이고 사회적으로 나서지 않는 면모의 인물들이지만 완전히 다른 장르의 작품이고 완전히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그런 모습도 사랑스럽게 그리고 싶었다. '하이파이브'는 완전히 엔터테이닝한 작품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정말 대중적인 오락영화로 연기하고 싶었다"며 "관객분들께 그런 면들도 재밌고 웃겼으면 좋겠다는 게 이 작품을 대하는 내 마음이었다. 사실적이면서도 적당히 톤업된 분위기 속에서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연기할 때도 많이 품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누구나 다양한 면모들이 있잖아요. 자신감이 없거나 '나는 혼자야'라는 생각을 품기도 하고요. 그런 면들을 잘 극화시킨달까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을 떠올렸던 것 같아요. 그런 지점을 증폭시킬 때, 어느 선을 넘으면 굉장히 리얼하고 어두운 캐릭터가 탄생해요. 그런데 조금만 증폭하면 사실적이면서도 웃기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성이는 굉장히 사실적인데, 그런 웃긴 순간들을 많이 담아내려 했어요."
그런 지성과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인물이 바로 각막을 이식받은 힙스터 백수 기동이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이지만 굉장한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백수라는 점이다. 같은 처지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기에 만나기만 하면 늘 날을 세우고 으르렁댄다. 하지만 그 티격태격이 오히려 재미를 유발한다. 특히 후반부 최종전투에서의 '슬램덩크' 오마주는 '하이파이브' 그 자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정확히 손뼉을 마주치는 순간, 강 감독이 의도한 메시지가 단번에 드러난다.
안재홍은 기동 역 유아인과의 호흡을 묻자 "기동 그 자체로 느껴졌다. 현장에서도 어떤 장면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하이파이브'라는 작품 자체가 캐릭터성이 짙지 않나. 각 인물마다 독특하고 기분 좋은 사랑스러움이 있고, 그런 캐릭터들이 융합되는 '캐릭터 무비'라는 생각으로 촬영했다. 기동도 마찬가지였다"며 "(유아인이) 기동이라는 캐릭터로 느껴졌고, 지성으로서 기동과 호흡하며 그 캐릭터로 생각하려 했다.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도 재미있는, 여러 캐릭터의 향연처럼 느껴졌으면 했다"고 답했다.
'하이파이브'를 향한 안재홍의 애정은 깊었다. 그는 "정말 솔직한 바람은 큰 사랑을 받아서 후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쫄쫄이슈트도 입을 수 있다. 나는 망토도 생각했다. 지성이가 스스로 공중을 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혼자 품고 있었던 생각이다. 감독님께 시나리오 보고 촬영 전에 살짝 말씀드렸는데 그냥 웃고 넘어가시더라"고 웃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는 완서가 영춘(박진영)과 대결 중 지성을 향해 휘파람을 부는 순간을 꼽았다. 지성이 리코더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기억을 떠올리며 완서를 날려주며, 특별한 설명 없이도 두 사람이 쌓아왔던 우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짜릿하고 울컥했던 순간"이라는 안재홍에게서, '하이파이브'가 관객에게도 웃음과 따뜻함을 전하길 바라는 마음이 묻어났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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