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경현 기자] "감회가 새롭다"
김건우(SSG 랜더스)가 데뷔 5년 만에 감격의 선발승을 거뒀다. 김건우의 뒤에는 드래프트 동기 세 명이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냈다.
김건우는 5이닝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2승(2패)을 거뒀다. 71구로 5이닝을 소화하는 경제적인 투구. 직구 40구, 체인지업 14구, 슬라이더 13구, 커브 4구를 고루 구사했다. 투구 수와 이닝 모두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지난 2021년 9월 11일 수원 KT 위즈전 68구, 올해 3월 27일 문학 롯데 자이언츠전 4⅓이닝이 종전 기록이다.
무엇보다 데뷔 첫 선발승의 기쁨을 누렸다. 앞서 언급한 3월 27일 롯데전 김건우는 구원 등판해 4⅓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리를 챙겼다. 최근 선발로 보직을 전환했고, 선발 등판 3경기 만에 선발승을 따냈다.
선발승까지 5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2002년생 김건우는 가현초(인천서구리틀)-동산중-제물포고를 졸업하고 2021 신인 드래프트에서 SK 와이번스(현 SSG)에 1차 지명자로 뽑혔다. 그해 1군에 데뷔해 6경기 1패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했다. 이듬해 2경기 평균자책점 9.00에 그쳤다. 2023~2024년 상무에서 병역 의무를 수행했고 올 시즌 다시 팀에 복귀했다. 김건우는 이날 전까지 통산 32경기 1승 3패 5.13을 기록했고, 33번째 경기에서 선발승의 쾌거를 이뤄냈다.
시작은 깔끔했다. 세 타자를 삼진 2개를 곁들여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2회 1사 이후 강민호에게 볼넷, 김영웅에게 안타를 맞았다. 1사 1, 2루에서 류지혁에게 2루수-유격수-1루수 병살타를 유도, 위기관리 능력까지 선보였다. 3회는 다시 삼자범퇴. 4회 선두타자 김지찬이 번트 안타로 출루했다. 김건우는 이재현을 헛스윙 삼진, 르윈 디아즈를 3루수 뜬공, 강민호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5회 다시 삼진 2개를 포함해 삼자범퇴를 작성,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타선은 3회와 6회 각각 2점을 지원했고, 불펜진이 4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김건우가 승리투수의 영광을 안았다.
경기 종료 후 이숭용 감독은 "(김)건우가 기대 이상의 피칭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공격적인 투구로 승리 투수의 자격을 스스로 증명했다. 오늘 활약이 향후 팀에 큰 힘이 될 것 같다. 선발 첫 승을 축하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건우가 방송사 인터뷰를 마치자 SSG 선수단이 뛰어들어 성대한 물세례로 선발승을 축하했다. 몇몇 선수는 음료수, 커피는 물론 단백질 보충제까지 뿌렸다. 어쩔 수 없이 김건우는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행복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김건우는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선발로 계속 돌고 있다. 그전 두 경기는 빨리 내려가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오늘은 빠른 투구로 5이닝까지 던질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날 유독 투구 템포가 빨랐다. 김건우는 "불펜에서 투구할 때는 잘 몰랐다. 선발 돌면서 저와 같이 (선발로) 돌고 있는 (전)영준이를 벤치에서 지켜보면서 많이 느꼈다. 템포도 그렇고, 타자와 싸우는 모습에서 배울 것이 많았다. 두 경기를 보고 저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전영준은 지난 5월 25일 인천 LG 트윈스전 4⅓이닝 1실점, 3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4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바 있다. 두 경기가 김건우에게 큰 자극이 됐고, 승리의 원동력으로 다가왔다.
투구하는 방법도 바꿨다. 김건우는 "힘쓰는 방향이 이전에는 (홈플레이트 방향과는 다르게) 돌았다면, 계속 선발을 하려면 긴 이닝과 체력 관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앞으로 길게 포수 방향으로 힘을 써서 분산되는 게 없는 투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다음 등판을 준비해야 한다. 김건우는 "좋았던 것은 가져가되 깊게 빠지지 않겠다. 야구는 상대와 하는 것이다. 제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상대의 분석을 더 많이 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기량을 다 펼쳐서 좋은 결과가 나오게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교롭게도 2021 드래프트 동기인 조형우, 고명준, 조병현이 김건우의 승리를 도왔다. 2차 1라운더 조형우는 3타수 1안타 1득점 1타점을 비롯해 김건우와 찰떡 호흡 배터리를 이뤘다. 2라운더 고명준은 4타수 2안타 1득점으로 멀티 히트를 신고했다. 3라운더 조병현은 강민호에게 솔로 홈런을 맞긴 했지만, 9회를 마무리하며 김건우에게 승리를 안겼다.
김건우는 "주변을 보면 (조)형우도 있고 (고)명준이, (조)병현이까지 강화에서 같이 (운동)했던 선수들이 있으니까, 대화할 때 '우리 신인 때 어땠는데 지금 여기 있고 너무 좋지 않나'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5년 전 강화에서 동고동락하던 신인들이 이렇게 성장했다. 각자 속도는 다를지언정 추구하는 방향은 같다. SSG의 승리다. 동기 네 명이 뭉쳐 승리를 일궈냈다. SSG 팬에게 2021 드래프트는 황금 세대로 기억될 수 있을까.
인천=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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