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재계, 대선 직후 줄줄이 경영전략회의 개최…하반기 대응 총력
이재명 정부 실용주의 정책 기조…재계 '기대 반 우려 반'
상법개정안·노랑봉투법 투자 위축 우려…"절충안 모색" 주장↑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되겠다."
제21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4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를 집중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제계는 이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통합'과 '실용'을 핵심 국정 기조로 꼽은 데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친(親)노동 공약으로 기업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이달 상반기 전략회의를 열고 미래 사업 경쟁력 확보 방안과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른 대응책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실제 기업들은 과거에도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대기업들이 잇따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친기업' 행보를 내건 만큼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보따리가 풀릴지 관심이 집중되는 한편 재계와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은 이달 중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해 미래 사업 방향성과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매년 상반기 정례 행사이지만 올해는 대선 직후 열리는 만큼 새 정부 정책기조를 바탕으로 경영 및 투자 방향성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7~19일 사흘간 주요 경영진 및 해외 법인장 등이 모두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올해는 전영현 DS부문장과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이 각각 회의를 주재한다. SK그룹은 13~14일 연례 행사인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별로 추진 중인 리밸런싱 상황을 점검한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달 해외권역본부장 회의를 열고 글로벌 주요 시장의 생산·판매 전략을 점검한다. LG그룹은 현재 매년 상반기 열던 전략보고회를 생략하고 6월 중순까지 계열사별 투자점검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경영전략회의는 새 정부의 경제 기조와 맞물린 중장기 투자 전략 수립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은 취임 선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국민'으로 총 42회 언급했다. 다음으로는 '성장'과 '경제'를 각각 21회, 12회 언급했다.
이 대통령이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경제 살리기에 임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히자 재계도 경제 파트너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내 주요 경제 단체들은 이날 일제히 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논평을 내고 관세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인공지능(AI) 혁명 등으로 대외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 속 'K-제조업' 재건으로 성장 엔진을 되살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당부했다.
다만 경제계 일각에서는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재추진, 정년 연장, 주 4.5일제 근무 도입 등으로 경영 환경의 변화가 예고되면서 또 다른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친노동 공약을 다수 내세운 만큼 기업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한 긴장감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은 임기 초에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5일 '더 강한' 상법 개정안을 재발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지난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3% 룰'(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칙)이 새롭게 포함됐다. 이번에는 전자투표제 등 시스템 정비가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면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즉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회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 회사에선 독립이사를 일정 비율 이상 선임하도록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취임 후 2~3주 안에 처리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쳐온 만큼 상법 개정에 대한 의지가 크다.
재계는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가 주주들의 소송 남발로 이어지고 해외 투기 자본의 지나친 경영권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제단체들은 그동안 수차례 "상법 개정은 이들에게 국내 기업들을 먹잇감으로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상법 개정안은 이르면 이달 내 본회의를 거쳐 공포,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두 차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노란봉투법' 재추진 여부도 재계의 관심사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안을 일컫는 명칭으로 사용자(기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 등 노동쟁의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기존에는 하청 노동자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과 직접 교섭하거나 쟁의행위를 하기가 어려웠지만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원청도 사용자로 간주돼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과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경제단체들은 기업인을 잠재 범죄자로 만들고 상시적인 노사분규의 빌미로 작용하는 데다 외투기업의 국내 경영도 위축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주 4.5일제' 도입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일과 삶의 균형을 회복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과 인건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인 포괄임금제 폐지까지 커지는 산업계와 이재명 정부 간 온도차 속 절충안 모색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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