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너무 좋았기에 벌어둔 거, 안 까먹으면 좋겠다"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8차전 원정 맞대결에 좌익수,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1도루로 펄펄 날아올랐다.
팀이 가장 큰 위기에 놓여 있을 때 역시 '캡틴'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올 시즌 초반 한차례 바닥을 찍었던 롯데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부상자들이 나오는 등 지난 5월 하순부터 조금씩 부침을 겪기 시작하더니, 전날(6일) 패배로 롯데는 단독 3위 자리를 빼앗기고 공동 4위로 떨어졌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순위를 방어하지 못하면서, 7년 연속 가을잔치와 연이 닿지 않고 있는 롯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분위기 반전. 그러기 위해선 이날 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했고, 그 중심에는 최근 방망이가 불타오르고 있는 전준우가 있었다. 공격은 물론 주루와 수비에서도 존재감이 대폭발했다.
전준우는 첫 타석부터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다. 0-1로 뒤진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전준우는 두산 선발 최승용을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2루 베이스를 훔쳐내더니, 두산 포수 양의지의 송구 실책을 틈타 3루에 안착했다. 그리고 손호영의 희생플라이에 홈을 파고들며 팀에 첫 점수를 안겼다.
이 활약은 시작에 불과했다. 3-1로 근소하게 앞선 3회초 2사 1루에서 전준우는 최승용의 3구째 144km 하이 패스트볼에 힘차게 방망이를 내밀었고, 155.2km의 속도로 뻗은 타구는 108.9m를 비행한 뒤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전준우는 5회말 1사 1루에서는 제이크 케이브가 친 파울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내며 선발 이민석의 어깨에 힘을 실었다.
이후 전준우는 추가 안타를 생산하진 못했지만, 이미 롯데가 승리하는데 큰 힘을 보탠 이후였다. 그리고 롯데는 이날 전준우의 활약에 힘입어 두산을 9-4로 꺾고, 길고 길었던 3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전준우는 "연패를 끊어서 너무 좋다. 요즘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는 많은데, 경기가 잘 안 풀려서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오늘 좋은 경기를 했고, 오늘이 반등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야구를 하다 보면 연패도, 연승도 있다. 이전까지 선수들이 너무 잘 해왔기 때문에 연패를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걸 빨리 끊어야 다시 정상 궤도로 오를 수 있다. 그런데 때마침 다친 선수들이 많이 나와서 안타깝다. 다시 재정비 해서 좋은 경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팀이 5월 하순부터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캡틴'으로서 선수들에게 어떠한 말을 해줬을까. 그는 "특별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다만 부상 선수들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너무 안타깝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게 팀워크다. 다친 선수들은 빨리 나아서 돌아왔으면 좋겠고, 있는 선수들은 똘똘 뭉쳐서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팀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전준우의 최근 타격감은 그 어떤 선수보다 좋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전준우의 10경기 성적은 12안타 2홈런 타율 0.343을 기록 중이었다. 전준우는 "계속 괜찮았다. 멀티히트도 계속 나오고, 꾸준하게 안타는 나왔다. 그러나 팀의 결과가 좋지 않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개인적인 것보다 올해 우리가 초반에 너무 좋았기 때문에 벌어둔 것을 까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시 한번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전준우는 이날 홈런 장면을 돌아봤다. 그는 "노림수는 없었다. 다만 바깥쪽 코스를 노리고 들어갔던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그 타구가 앞에서 맞은게 아니다. 뒤에서 맞았는데, 묻었다. 묻어서 맞다 보니, 힘도 잘 실렸고 좋은 타구가 나왔다"며 주루플레이와 수비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에 대한 이야기엔 "그거 때문에 힘드네요"라면서도 "야구장에선 고참, 저연차 이런건 없다. 슬라이딩 캐치 상황이 나오면 당연히 하는 것이고, 도루 사인이 나면 뛰어야 한다.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 그래서 오늘 좋은 플레이도 나오고 이길 수 있어서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끝으로 전준우는 "방망이는 사이클이 있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도 있다. 선수들이 그걸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안 되면 너무 아등바등할 수 있는데,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 놓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안에서 더 열심히 준비하면 빨리 반등할 수 있다"고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네며 '가을야구를 가면 어떨 것 같으냐'는 말에 "너무 이르다. 하지만 가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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