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노리지 마라” 이종범이 말하는대로…아들의 유쾌한 역설, 25홈런 거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힘도 없는데 홈런을 노리면 네 밸런스만 무너진다.”

이종범 LG 2군 감독과 키움 간판타자 이정후는 집에서 진지하게 야구 얘기를 할까. 사생활을 알 수 없으니 정확히 알긴 어렵다. 다만, 이정후의 숱한 인터뷰를 종합하면 아버지는 아들에게 야구에 관해 ‘이래라 저래라’하지 않는다.

아들이 원래 야구를 잘 하기도 했고, 아버지는 소속 지도자들이 있는데 굳이 자신이 나서는 건 아들에게 혼란만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 이젠 프로 6년차인데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생각할 정도로 자신만의 타격 노하우, 비기가 명확하다.

그래서 좀 더 깊은 야구 얘기를 나눠도 될 법하지만, 그래도 이정후는 아버지가 별 다른 야구 얘기를 안 한다고 했다. 사실 부자가 경기를 마치고 밤 늦은 시간에 만나봐야 육체적으로 피곤한데 진지한 얘기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정후는 아버지에게 지금도 야구에 대해 딱 하나는 꼭 얘기를 듣는다. 무겁지 않게, 장난스럽게 하는 말이지만, 뼈가 있다는 게 이정후 얘기다. 이정후는 과거 저연차 시절 아버지에게 “힘도 없는데 홈런 노리면 네 밸런스만 무너진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정후는 28일 고척 KIA전 직후 “정말 홈런을 의식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항상 홈런을 노리지 말라고 한다. 장난 식으로 하는 얘기였지만, 나중에 25~26살 되고 힘이 붙으면 홈런은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했다. 지금 내가 그 나이가 됐는데,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라고 했다.

홈런을 치고 싶다고 해서 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타격천재 이정후도 마찬가지다. 이정후는 강한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인플레이 타율을 높이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그러다 잘 맞으면 홈런이 나오는 것이다. 이정후도 6년간 프로 생활을 해보니, 그 평범한 진리를 지키는 게 참 중요하다고 느꼈다.

이정후는 웃으며 “아버지는 지금도 내가 홈런 스윙을 하면 알아챈다. 경기 끝나고 휴대폰을 보면 카톡이 와있다. 욕을 안 먹는 게 목표”라고 했다. 아버지는 말을 안 해도 아들의 경기를 잘 챙겨 보는 듯하다.

그런 이정후는 이날 이의리에게 결승 스리런포를 뽑아냈다. 14홈런을 기록 중이다. 대부분 이 홈런처럼 영양가가 높았다. 2020년 생애 최다 15홈런을 넘어, 25홈런 이상도 가능한 페이스다. 홈런을 노리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홈런이 늘어났다.

아버지의 장난스러운 말의 뜻을, 아들은 잘 알고 있다. 이정후는 올 시즌을 기점으로 장타력까지 갖춘, 완성형 최강타자로 거듭났다. 메이저리그에서의 가치도 점점 커진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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