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총 120부작인 MBC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이 30회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시청자들 사이 최대 화두는 '죽음'이다.
'하이킥' 시리즈의 아버지인 김병욱 감독이 이미 전작인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하이킥2')에서 '죽음'이란 카드를 꺼내들어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때문에 '하이킥3'가 종반으로 치닫을수록 시청자들은 '하이킥3'가 '죽음'과 연결될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
실제로 '하이킥3'에선 시청자들의 의구심을 자극하는 설정이나 상황이 자주 등장한다. 극 중 지원(김지원 분)은 기면증을 앓고 있는데, 이 때문에 계상(윤계상 분)은 지원이 기면증으로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는 않을까 늘 걱정하고 있다.
기면증 치료 문제로 지원이 계상에게 화가 나서 차들이 오가는 위험한 도로에 뛰어들고, 계상이 "왜이래요 정말. 장난 그만쳐요. 장난도 정도가 있지. 하지 마요. 세상에 장난을 목숨 걸고 치는 사람이 어디있어"라고 소리 지르는 장면이나 이어 계상이 차도를 향해 뒤로 넘어지는 장면 등은 시트콤치고는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또한 졸업식을 마친 뒤 지원과 바닷가를 찾은 종석(이종석 분)이 "죽어버릴려고. 잘 살아라. 내 몫까지"라고 말한 뒤 갑자기 바다를 향해 뛰어든 장면까지 최근에 거듭 '죽음'과 연결고리가 생기는 에피소드들이 등장했다.
지원과 계상이 모두 부모에 대한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란 설정도 극의 우울한 흐름을 극대화 하고 있다. 만약 둘의 상처가 두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가까워지는 상황이 밝은 분위기로 진행되어야겠지만 시종일관 침울하고 무겁게 그려지고 있다.
특히 지원, 계상, 종석, 진희(백진희 분) 네 사람이 엮인 엇갈린 관계는 단 하나의 커플만 이뤄져도 나머지는 비극적일 수 밖에 없는 구도이다.
만약 지원과 계상이 이어지면 이 두 사람을 짝사랑하는 종석과 진희가 슬픈 인물로 남게되는데, 딱히 종석과 진희에게는 다른 이성이 연결돼 있는 것도 아니다. 다수의 시청자들이 원하는대로 지원과 종석이 이어지고, 계상과 진희가 커플이 되는 경우도 가능하지만, 현재 지원이 계상에게만 속마음을 열고 있고, 종석의 마음을 짐짓 모른체 하는 모습이라 지원과 종석이 연결돼 행복해지는 상황도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모두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상황이 바로 '하이킥2'에서 김병욱 감독이 만들어낸 상황과 동일하다. 당시 신세경, 최다니엘, 윤시윤, 황정음 네 사람의 엇갈린 사랑은 신세경과 최다니엘의 죽음으로 어느 것도 온전히 이뤄지지 못한 채 비극을 맞았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진행되는 이야기에 비극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고, 극단적으로 죽음이 또 다시 등장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가장 쉬운 결말은 지원과 계상이 연결되더라도 마지막 에피소드 쯤에 종석과 진희에게 새로운 이성이 나타나는 경우다. 이미 많은 작품에서 사용했던 설정인데, 이 진부한 결말을 김병욱 감독이 선택할지 확신할 수 없다.
변수도 남아 있다. '하이킥3'는 첫 회에서 이미 이적(이적 분)의 소설이란 전제로 시작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처럼 지금까지 모든 이야기는 소설이었을 뿐 진짜 이야기는 달랐다는 이적의 내레이션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
과연 김병욱 감독은 어떤 결말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을까? 그리고 과연 '죽음'이란 카드를 다시 꺼내들 것인가? '하이킥3'의 이야기가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김지원, 윤계상, 이종석, 백진희(위부터). 사진 = 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