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당시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에서 어느 정도 활약을 보인 선수라면 큰 화제가 됐다. 물론 펠릭스 호세, 훌리오 프랑코, 카를로스 바에르가 등 대어급 선수들이 오기도 했지만 대부분 전성기를 한참 지난 뒤에 한국 무대를 밟았다.
도입 15번째 시즌을 맞는 2012년에는 확 달라졌다. 이제 왠만한 메이저리그 경력 갖고는 대어급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지 못한다. 우리나라에 오기 바로 전 시즌에 메이저리그를 뛴 선수를 흔히 볼 수 있다. 지난해 SK 유니폼을 입은 브라이언 고든(삼성)의 경우 절대적인 메이저리그 경력은 적지만 한 달 전까지 뉴욕 양키스 선발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이제는 오히려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거나 미미한 선수들이 더욱 눈에 띄는 양상이다. 올시즌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선보인 선수 중 쉐인 유먼(롯데), 앤서니 르루(KIA), 마리오 산티아고(SK), 앤디 밴 헤켄(넥센) 등이 그들이다.
▲ 마리오, 유일하게 메이저 경력 無
이들 중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무한 선수는 마리오가 유일하다. 2005년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에 오르지 못했다. SK는 마리오 영입 당시 "최고구속 150km초반대의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지닌 선수로 평가되며 내년 SK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넥센이 영입한 밴 헤켄은 메이저리그에 단 5경기 나섰다. 그나마도 10년 전인 2002년이다. 마이너리그에 316경기 나선 전형적인 마이너리그 베테랑이다.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107승 75패 평균자책점 3.89.
유먼과 앤서니의 경우 이들에 비해서는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한다. 유먼은 21경기에서 3승 7패 평균자책점 5.13, 앤서니는 20경기에서 1승 7패 평균자책점 7.48을 기록했다. 하지만 유먼의 경우 2007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자취를 감췄으며 앤서니는 2010년 선발로 6경기에 나서기는 했지만 1승 4패 평균자책점 8.54에 그쳤다.
이들과 달리 두산 외국인 듀오인 더스틴 니퍼트와 스캇 프록터는 왠만한 메이저리그 팬이라면 이름을 알 수 있을 정도의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2010년 텍사스에서 포스트시즌에 참가한 이후 지난해 맹활약한 니퍼트 외에 프록터도 적지 않은 기간동안 뉴욕 양키스의 필승 셋업맨으로 활약했다.
삼성이 영입한 미치 탈보트는 2010년 클리블랜드에서 10승을 거뒀으며 한화 유니폼을 입은 브라이언 배스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시즌동안 101경기에 나섰다.
▲ 경력 미미 외국인 선수들의 특징은?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한국 무대에 입성할 수 있었을까.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각 구단들이 허투루 이들을 뽑았을리는 없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장점을 갖고 있기에 국내 구단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무한 마리오의 경우 성장 가능성이 장점이다. 마리오는 1984년생으로 올시즌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어리다. 경력은 미미하지만 유일하게 트리플A에서 뛰었던 시즌이 지난 시즌일만큼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매력요소다.
밴 헤켄과 유먼은 두 명 모두 1979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지난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밴 헤켄은 지난해 야구 월드컵에서 미국 국가대표로 출전해 2승 평균자책점 0.64, 팬 아메리칸 대회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하는 등 총 4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0.98로 호투하며 넥센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유먼도 다르지 않다. 유먼은 지난해 독립리그와 대만리그, 도미니카 윈터리그 등 다양한 곳을 돌아 다니며 17승 3패 평균자책점 1.21으로 활약했다. 특히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는 올해의 투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기에 좌완투수라는 매력까지 더해지며 롯데는 물론이고 미국, 일본 구단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앤서니 역시 비교적 최근에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는 점과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뛰며 아시아 야구를 경험했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해 사례도 이들의 올시즌 활약을 기대케 하는 이유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LG 유니폼을 입은 벤자민 주키치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무했지만 안정된 투구를 펼치며 소속팀 원투펀치 역할을 해냈다. 덕분에 여유있게 재계약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단 8경기를 뛴 뒤 지난해 KIA 유니폼을 입은 트래비스 블랙클리도 7승 5패 평균자책점 3.48로 비교적 제 역할을 해냈다.
이 밖에 밴 헤켄 동료인 브랜든 나이트도 메이저리그 경력은 미미하지만 한국에서 4번째 시즌을 맞는다. 반면 추신수의 전 동료인것과 메이저 경력으로 화제를 모은 라이언 가코는 조기 퇴출 아픔을 맛봤다. 이름값이 전부가 아니라는 증거다.
비록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경력이지만 이들이 자신들만의 장점을 앞세워 '짧은 다리의 역습'을 선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왼쪽 위부터 SK 마리오, 넥센 밴 헤켄, 롯데 유먼, KIA 앤서니. 사진=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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