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최근 알렉스 그라만을 포기하고 새 외국인 선수 물색에 나선 KIA는 좌완 선발감을 구하는 중이다. KIA의 마지막 외국인 선수 영입만 이뤄지면 전 구단의 외국인 선수 영입은 마무리짓게 된다.
공교롭게도 모두 투수다. 8개구단이 모두 외국인 선수를 투수로 채우고 시작하는 건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후 사상 최초다.
어찌 됐든 올해는 개막전에서 외국인 타자를 볼 수 없게 됐다. 지난 해 개막전에서는 라이언 가코와 코리 알드리지를 볼 수 있었고 시즌 중반 한화에 합류한 카림 가르시아의 '스리런'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당장은 보기 힘들어졌다.
각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자연스럽게 투수를 선호하게 된 것은 그만큼 투수가 가져다주는 이익이 훨씬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투수력 보강이 곧 우승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이 그 첫째다.
실제로 최근 역사를 돌아보면 우승팀에는 모두 외국인 선수가 투수로 채워져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삼성엔 저스틴 저마노와 덕 매티스란 두 외국인 투수가 있었고 2010년 SK가 우승할 당시엔 개리 글로버와 카도쿠라 켄이 자리하고 있었다. 2009년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KIA 역시 마찬가지. 아퀼리노 로페즈와 릭 구톰슨이 없었다면 KIA의 우승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외국인 타자와 한국시리즈 우승의 인연은 끊어진 것일까.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8년 현대는 마무리투수 조 스트롱보다는 중심타선에서 한 축을 담당한 스코트 쿨바의 활약이 더 눈부셨다. 1999년 한화는 3번 제이 데이비스-4번 댄 로마이어로 구축된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없었다면 우승이 불가능했다. 현대의 2000년 우승 주역 중 1명은 역시 3루수 톰 퀸란이었다.
그 후로도 외국인 타자와 한국시리즈 우승의 인연은 계속됐다. 2001년 두산엔 타이론 우즈가 있었고 2002년엔 SK에서 건너온 틸슨 브리또가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름을 남겼다. 2003년과 2004년 현대가 2년 연속 우승을 언급할 때 클리프 브룸바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2005년이 되자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외국인 투수를 선호한 선동열 감독은 개막부터 투수 2명으로 외국인 엔트리를 채웠고 교체를 단행할 때도 역시 투수를 택했다. 마틴 바르가스와 루터 해크먼 모두 신통치 않았지만 해크먼을 대신한 팀 하리칼라의 활약이 빛났다. 하리칼라는 이듬해 재계약에 성공, 2005년과 2006년 삼성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로 남게 됐다.
SK는 2007년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며 재정비에 나섰고 김성근 감독 역시 외국인 선수 영입에 모두 투수를 택했다. 2007년 케니 레이번과 마이크 로마노가 우승에 공헌했고 레이번은 2008년에도 우승에 힘을 보탰다.
외국인 투수를 선호하는 두 감독이 프로야구를 제패하면서 많은 구단들이 자연스럽게 투수 쪽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2009년 KIA의 우승 당시 두 외국인 투수의 활약이 워낙 인상적이었던 것도 '투수 선호 사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또한 30홈런-100타점을 구경하기 힘든 요즘 세상에 그만한 외국인 타자를 데려오기 힘들다는 것 역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해 30홈런-100타점 타자는 최형우가 유일했고 20홈런을 넘긴 타자도 단 4명에 불과했다. 마지막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 외국인 타자는 가르시아였다. 가르시아는 2008년 30홈런 111타점을 올리며 타점왕에 등극했었다.
가장 최근에 성공한 외국인 타자를 꼽자면 LG에서 뛰었던 로베르토 페타지니를 들 수 있다. 2009년 타율 .332 26홈런 100타점으로 이상적인 활약을 펼친 그였다. 페타지니급 선수라면 마다할 구단은 없겠지만 그가 2008년 한국에 왔을 때 나이는 37살이었다. 하지만 페타지니도 팀 성적을 끌어올리진 못했고 LG는 2010년 마운드 보강을 위해 에드가 곤잘레스와 오카모토 신야를 택했다.
과연 외국인 투수 열풍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투수력 보강은 전 구단의 '영원한 숙제'인 만큼 외국인 투수 열풍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클리프 브룸바의 히어로즈 시절 모습.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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