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일본 오키나와 고동현 기자] 오릭스와 삼성의 연습경기가 열린 21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 아카마 구장. 경기 전 훈련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던 이대호(오릭스 버팔로스)의 얼굴이 갑자기 밝아졌다. 진심이 묻어나는 웃음이었다. 대체 누구길래 그가 이토록 밝게 웃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 잠시 뒤 고개가 끄덕어졌다. 은사 중 한 명인 양상문 MBC 스포츠+해설위원이 경기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양상문 위원은 이대호와 이야기를 끝낸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예전의 이대호를 회상함과 동시에 "일본 진출 선수 중 최고의 성적을 낼 것"이라고 제자의 성공을 확신했다.
▲ 양상문이 회상한 이대호, "홈런 타자 될 줄 몰랐다"
양상문 위원과 이대호 모두에게 2004년은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해다. 양 위원은 2004시즌부터 야구인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 꿈꾸는 프로야구팀 감독이 됐다. 롯데 자이언츠 사령탑 자리에 오른 것. 이대호 역시 풀타임을 소화한 첫 시즌도, 4번 타자로 거듭난 해도 모두 2004년이었다.
양 위원은 당시를 회상하며 "내 새끼처럼 업어서 키웠다"며 "야구는 못했지만 4번 타자 중책을 맡겼다"고 웃음 지었다.
이어 현재 이대호가 홈런타자가 될지는 몰랐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양 위원은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체격이 크지 않았다. 홈런을 그렇게 많이 칠 지 몰랐다"며 "정교함을 갖고 있어서 3번 타자가 어울리는 중거리 타자가 될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체격이 커지면서 기존의 정교함에 파워까지 늘면서 홈런타자로 거듭났다고 분석했다.
▲ 양상문이 예상한 이대호, "日 진출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 낼 것"
그렇다면 제자 '이대호'의 일본 진출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양 위원은 조심스럽지만 확신에 찬 어조로 "역대 일본 진출 선수 중 가장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모든 것이 최적의 상태일 때 왔다는 것. 양 위원은 "기술로 보나 나이로 보나 전성기 때 왔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양 위원은 "일본은 이기려는 것이 아닌 지지 않으려는 야구다"라는 이승엽의 말을 예로 들며 무엇보다 유인구를 조심해야 할 요소로 꼽았다.
이어 "이대호 정도 수준의 타자에게는 유인구 밖에 없다. 일본은 더 그럴 것이다. 힘으로 이기려는 것보다는 안 맞으려고 할 것이다. 피해가는 공에 얼마나 참아내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이)대호는 참을 수 있다"고 제자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몸쪽 공도 하나의 키워드였다. 일본 프로야구 특성상 몸쪽공이 많을 수 밖에 없는데 이와 관련해 적응을 해야한다는 것. "사실 대호의 성격이 불같기 때문에 적응을 해야한다"고 웃으면서도 "우리나라에서도 1, 2년 전부터 위협구를 많이 던졌다. 그 때마다 참으려고 하는 것이 많이 보였다. 준비는 많이 돼 있는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양 위원의 회상과 예상 속에는 자신이 중용했던 제자가 한국 야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떠올랐다는 흐뭇함이 묻어 있었다.
[2005년 올스타전에 출전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이대호(왼쪽)와 양상문 감독(첫 번째 사진), 득점 뒤 오릭스 선수단에게 축하받고 있는 2012년 이대호(두 번째 사진). 사진=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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