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승부조작 파동이 결국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까지 번질 것인가.
검거된 브로커의 진술에 따르면 프로야구 경기를 두고 승패에 개입하는 일반적인(?) 승부조작이 아닌 '경기에서 첫 번째로 볼넷을 내주는 투수 맞히기' 등 작은 기록을 두고 베팅을 펼쳤다는 것이다.
볼넷 1개가 완전히 승부를 지배하긴 어렵더라도 그것이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만일 이러한 방법으로 조작에 가담한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가 볼넷 1개를 별 것 아니라고 여겼다면 야구 선수로서 자격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 볼넷 1개가 미칠 수 있는 영향
한 선발투수가 조작에 관여한다면 첫 회 볼넷을 위해 1회 선두타자로 나서는 1번타자를 타겟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1회 1번타자의 출루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발 빠른 선수가 주로 맡는 1번타자는 주루 능력을 갖고 있어 득점이 용이한 선수다.
야구에서 선취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기록만 놓고 봤을 때 선취점 달성시 승률은 가장 좋았던 삼성(.757)을 포함해 롯데(.729), SK(.714), KIA(.711) 4팀이 7할 이상 승률을 자랑했고, LG(.556)를 제외한 한화(.692), 두산(.667), 넥센(.621) 3팀이 6할 이상이었다.
물론 선취점은 1회에만 기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1회 득점이 더 많은 승리를 가져다준 건 분명했다. 지난 해 1회 득점시 승률 기록을 보면 최하위였던 넥센(.515)도 승률 5할을 상회했고, 이는 LG(.571)도 마찬가지였다. 나머지 팀들은 승률 6할 이상을 자랑했는데 그 중 삼성(.733)이 으뜸이었고, 롯데(.712), 두산(.667), SK(.660), KIA(.658), 한화(.600) 순으로 이어졌다.
투수가 고의 볼넷을 허용하는 대상이 굳이 1번타자가 아니더라도 2번이나 3번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한다면 어쨌든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친 것은 아니기에 힘 좋은 중심타선에 기회가 갈 수밖에 없다.
물론 볼넷을 내주고도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칠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선취점 혹은 1회 득점을 얻을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또한 주자 1명을 내보내면 후속 타자를 병살타로 잡지 않는 이상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더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타순이 한 바퀴를 돌아 상위타선이 좀 더 일찍 등장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 기록의 스포츠에 소름 돋는 일
아직 프로야구에서 혐의가 밝혀진 선수는 전무하다. 그러나 브로커가 진술한 '기록 하나를 갖고도 조작에 나설 수도 있다'는 말 자체가 충격을 가져다준 건 사실이다.
언뜻 보면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승패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여타 승부조작과는 다른 것으로 봐야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악의적이다. 그래야 주위의 의심을 피할 수 있고 '완전 범죄'가 가능하다고 여기지 않고서야 저지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어쩌면 결과를 더 중요하게 여길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많은 과정이 포함돼 있다. 작은 것 하나 하나가 모여 기록이 되고 결과가 된다. 그런 과정 하나 하나에 조작이라는 바이러스가 침투됐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야구 팬들을 소름 돋게 하기에 충분하다.
현재로서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은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정말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가장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제라도 심각성을 정확히 알고 사전에 모든 루트를 차단시켜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잠실야구장 전경.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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