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데뷔 18년차인 배우 김소연(32)이 사극을 처음 한다는 말을 듣고 새삼 놀랐던 사람들이 꽤 있었을 것이다.
워낙 도시적 이미지가 큰 탓 때문이었을까. 어째서 김소연의 재발견은 이토록 더디었을까. 어찌됐던 그녀는 지난해 '가비'의 시나리오를 품에 안았고, '따냐'라는 여인의 인생을 살 수 있었다.
오는 3월 '가비' 개봉을 앞두고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소연을 만났다. 김소연은 인터뷰 내내 "제가 잘 했어야 하는데 말이죠"라는 말을 하고 또 했다. 긴장 어린 표정에 감출 수 없는 설렘도 드러났다. 질문 하나 하나에 두 손을 꼭 마주쥐고 정성껏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또 드러냈다.
'가비'는 그녀에게 첫 사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지만, '체인지' 이후 15년 만에 스크린 연기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처음'이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곧 있을 언론시사회와 VIP시사회도 그녀에게는 생소한 경험이었다. 또 늘 꿈꾸던 경험이기도 했다. '순풍 산부인과'에서 동생 역으로 나왔던 송혜교가 영화 '황진이'에 출연했을 당시, 얼마나 부러웠는지에 대해서도 한참을 말하며 "그런데 5년 뒤 바로 그 장윤현 감독님 작품에 제가 출연하다니요"라며 감격에 겨워했다.
'가비'의 시나리오를 받았던 순간도 공들여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경비실에 맡겨놨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수도 안하고 달려갔어요. 기사를 통해서만 알던 '가비'였는데 당장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전 유독 영화와는 연이 닿지않아 '왜 저런 기회가 내겐 안올까'라며 걱정도 하곤 했는데 신기하고 신기했죠. 시나리오를 보고는 '제가 한다고 하면 바로 할 수 있는 건가요'라고 되물었어요."
'가비'에서의 경험은 그녀의 연기인생에 큰 전화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스로도 '검사 프린세스'도 그렇고, '이브의 모든 것'도 그렇고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단 한 번도 지나간 작품들에 대해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가비' 촬영이 끝나고나서는 그런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요. 뭔가 마음에 변화가 온 것 같아요. 아무래도 장윤현 감독님과의 트레이닝 때문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사실 김소연은 '가비'에서 제일 마지막에 캐스팅된 주연 배우다. 김소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접속'. '텔미썸딩', '황진이'를 연출했던 장윤현 감독은 첫 날부터 그녀의 연기 트레이닝을 독하게 시켰던 것 같다.
"첫 날 하루 테스트 촬영을 잠깐 하고 둘째 날부터 가장 어렵고 클라이막스를 달리는 장면을 찍었어요. 그렇게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는데 파악도 잘 안된 상태에서 너무 힘든 한달을 보냈었죠. 절반 이상은 숙소에 돌아가서 울었어요. '이거 어떡하지, 내가 잘 하고 있는걸까'하고요. 감독님이 한 커트를 그냥 넘기지 않았어요. 대사 한 마디도 며칠을 찍어야 했죠.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금 보니까 감독님이 그렇게 잡아주신 장면들은 딱 눈에 띄어요. 너무 감사드려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애타게 개봉을 기다리며 설렐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연기 18년차의 베테랑이면서 연기를 하다 울면서까지 몸부림 친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네, 정말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중학교 땐가요. 긴장해서 대사를 틀려 속상해서 운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더 잘하고 싶고 내 자신이 답답해서 운 적은 처음이에요. 그러니 절 이끌어 내주신 감독님께 감사하고, 그 힘든 시간이 뼈가 되고 살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가비'도 기대되지만 김소연의 '가비' 이후의 모습이 기대되는 것은 그녀 스스로 변화를 자각했다는 말 덕분이었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빠듯한 스케줄, 겹치기 출연에 다 싫어졌던 적도 있었죠. 하지만 21세 때 '이브의 모든 것'을 만나고 연기에서의 첫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됐어요. 그러나 철이 금방 없어져서인지 또 마냥 쉬고 싶었죠. '아이리스' 직전에는 일이 너무 하고 싶은데 안 들어왔어요. 나도 이제 '사랑해'라는 단어가 저릴 나이가 됐는데 말이죠. 그때부터 지금까지는 늘 작품을 하고 있어도 하고 싶어요. 참, 얼마 전에 같은 소속사 (문)근영씨랑 밥을 먹었는데 근영씨도 '일 하고 싶다. 연기하고 싶다' 하더라고요. 다들 보기에는 편안해 보여도 일에 대한 간절함과 절실함이 있나봐요. 배우라면 이런 절실함이 또 연기에 있어 득이 되는 것 같고요."
고종 암살사건과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가비'는 오는 3월 15일 개봉한다.
[김소연.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가비' 스틸컷]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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