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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함상범 기자] "너 그러는 거 아녀 인마. 대기업도 책임이라는 게 있는 거여. 작은 중소기업 하나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거 잡는 게 대기업이여!"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구조조정을 신랄하게 그리며 대기업의 횡포를 비판한 SBS 월화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이하 '초한지' 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유인식)가 이번에는 중·소기업을 집어삼키려는 '약육강식'의 논리에 일침을 가했다.
지난 27일과 28일 방송분에서는 천하그룹 부사장 최항우(정겨운 분)는 자신의 마지막 혈육인 최항량(장현성 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오유방(이범수 분)의 팽성실업을 집어삼키려는 장면이 그려졌다.
27일 방송분에서 항우는 팽성실업의 혈당 체크기의 특허 기술에 300억원의 소송을 걸어 팽성실업을 위기에 빠뜨렸다. 하지만 장량(김일우 분)이 과거 천하그룹 재임시절 라이벌 기업인 태양기업의 자동차 기술을 빼냈던 자료를 유방에 넘겼고, 이에 유방은 맞소송을 걸어 위기에서 벗어났다.
28일에서는 항우가 자신의 계략이 마음처럼 통하지 않자 팽성실업을 통째로 삼키기로 결심, 어음과 채권을 몽땅 사들이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을 이용해 자금력이 부족한 팽성실업을 무너뜨리려는 것. 결국 팽성실업은 항우의 손에 달린 위기의 상황에 놓였다.
이들의 싸움은 결코 드라마 속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한 싸움이다. '초한지'가 '약육강식'이 팽배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것. 그래서 유방의 대사가 더욱 가슴에 남는다.
최근 골목상권을 노리는 SSM(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시장 상인들의 반발,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개발해 낸 기술을 대기업이 자본력을 이용해 빼앗아가는 횡포 등은 극중 항우와 유방의 싸움과 일맥상통한다. 중·소기업과 상생을 포기한 대기업의 행태는 이미 수 없이 봐왔던 장면이라 더욱 씁쓸함을 안긴다.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물이 안방극장을 접수한 요즘 같은 때에 '초한지'는 현실의 사회적 문제를 속속 비판하는 강렬한 메시지로 드라마의 의미를 높이고 있다.
유방은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유령회사를 만들어 채권과 어음을 늘려나갔다. 일종의 사기인셈. "이게 어떻게 사기여. 돈 많은 놈들이 힘으로 약한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어 가는 게 더 사기인거지"라고 말하는 유방의 역습에 기대감이 쏠리는 이유다.
['초한지'에 출연중인 정겨운-정려원-이범수-홍수현(위). 사진 = SBS 제공, SBS 방송 화면]
함상범 기자 kcabu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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