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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종영했다. 이제 더 이상 훤(김수현 분)과 형선(정은표 분)의 가야금 레슨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극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 대신 '어설픔'이 극대화 된 게 두고두고 아쉬울 듯 하다.
1주일 간의 결방 끝에 방송된 19회와 마지막회는 기다림이 있었던 터라 시청자들의 기대는 더욱 컸다. 그러나 막상 본방송은 기대 이하였다.
양명(정일우 분)과 윤대형(김응수 분)이 왕권을 뒤엎고자 일으킨 반란은 급조된 티가 역력했다. 반란군의 규모는 그 수가 너무 초라해 진정 반란을 성공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특히 양명이 창에 맞아 죽는 장면은 가장 어설펐다. 반란 세력 중 한 사내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양명에게 창을 던졌는데, 양명은 사내가 창을 드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이 장면에서 사내가 양명에게 창을 던지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양명이 그 시간동안 훤에게 마지막 속마음을 전하고 칼도 손에서 놓을만큼 전혀 촌각을 다투는 순간이 아니었다.
그런데 양명의 주위에는 수많은 병사가 훤과 함께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심지어 활을 쏠 수 있는 병사까지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사내를 막으려 하지 않았으며, 마치 양명 뿐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양명이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촬영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극의 몰입을 방해한 어설픈 장면이었다.
또 마지막 2회 동안 설(윤승아 분), 양명, 윤대형, 보경(김민서 분), 녹영(전미선 분) 등 주요 인물들이 한꺼번에 죽음을 맞이했다.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말이었으나 인물들의 죽음을 급박하게 처리하다 보니 시청자들도 감정을 이입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더구나 인물들의 죽음이 잇따라 비쳐진 뒤 순식간에 시간이 흐르고 행복해 하는 훤과 연우(한가인 분)의 모습이 그려져 감정의 호흡이 지속되지 않았다. 감정이 중간에 툭 끊긴 듯 했다.
훤과 연우의 애정 행각이 웃음을 준 건 사실이나, 시청자들에게 단 한 회동안 슬픔과 기쁨의 극과극을 느끼라는 건 무리한 요구로 보였다. 마지막회도 시청률 40%를 넘는 등 국민드라마 반열에 올랐지만, 더 세밀한 연출이 아쉽게 느껴진 '해를 품은 달'이었다.
[정일우 주변의 병사들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모습.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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