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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인기없는' 개그맨 김기열이 있다. 언제나 무대에 올라 "왜 박수 안쳐!" "포털 사이트에 '김기??'이라고 돼 있어!" 등 자신이 인기 없음을 만천하에 알린다. 포털에서 오타를 냈는데 수정하지 않을 정도로 아무도 신경안 쓰는 인기없는 인명이란 뜻이다. 그런데 희안하다. 인기가 없으면 방송에서 볼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 그런데 자꾸 나온다. 그리고 자꾸 눈길이 간다.
▲ 오해하지마! 나 쪼잔한 남자 아니야
큰 키에 반듯한 얼굴, 뛰어난 수트빨. 이시대를 풍미하는 잘생긴 배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네가지'에서 인기없는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는 개그맨 김기열의 이야기다. '네가지'에 출연하는 개그맨들 중 가장 큰키에 몸에 딱 맞는 수트를 가장 멋들어지게 소화하고 있는 것이 김기열이다.
'네가지'에 함께 출연하는 허경환이 "개그맨이 이 정도 생겼으면, 키 좀 작아도 돼"라고 외치는 것은 김기열에게도 해당된다. 그렇다. 개그맨을 폄하하는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잘생긴 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기 없는' 개그맨이다. '네가지'에서 초반 돈 안쓰는 쪼잔한 남자로 나오더니 이내 인기 없는 남자로 변신했다. 그 이유는 바로 '개콘' 연출자 서수민 PD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데이트할때 돈 안쓰는 캐릭터로 나왔어요. 그런데 쪼잔한 이미지가 잘 안사는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서수민 PD님이 "넌 인기 없어. 아무도 몰라'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인기없는 캐릭터로 바꿨죠."
초반 김기열은 '쪼잔한 남자'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로인해 '진짜' 쪼잔하다는 인식이 박히기도 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진짜 쪼잔하냐" "쪼잔한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인터뷰에서도 역시 "정말 쪼잔하냐"는 질문을 던질 정도였다.
"저 정말 억울한데 쪼잔하지 않아요. 후배들을 만나도 먼저 밥도 사주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쪼잔한 이미지가 생기고 나서는 '안 쪼잔해 보일려고 밥사나'라는 오해를 하더라고요. 이 자리를 빌어 해명하는데, 정말 오해하지 마세요. 저 쪼잔한 남자 아니에요."
'네가지'는 자신을 깍아 내리면서 묘한 쾌감을 불러 일으켜 웃음을 자아내는 일명 '자학개그'다. 인기 없는 남자, 촌스러운 남자, 키 작은 남자, 뚱뚱한 남자 등이 모여 자신들에 대한 오해를 토로하면서 '오해하지 말고 들어'라고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일품.
이들 중 세명은 외모적인 모습과 풍기는 분위기로 웃음을 자아낼때 김기열은 '인기없는' 무형의 그 무엇으로 공감을 이끌어내 웃음을 유발해야 한다. 관객들의 공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와줘요. 지나가면서 툭툭 던져주는 이야기들로 개그를 짜도 될 만큼 말이죠. 그런데 저는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아요. 그래도 인기가 없으면 안나와야하는데 계속 나오니까. 그것이 좀 독특한 것 같아요."
앞서도 언급했듯이 김기열은 큰 키와 반듯한 외모 등 인기 많은 남잦들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개콘' 무대에서는 박수가 덜 나오고, 사람들은 김기열에게 웃음을 덜 보내준다.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 김기열은 해명하고 싶은 것은 없을까.
"학교다닐때 운동을 잘해서 중, 고등학교 6년동안 체육부장을 했어요. 남녀공학이었는데 후배 여학생들이 편지를 많이 써줬어요. 공부도 잘했고 인기도 많았어요.(웃음) 오해하지 마세요."
김기열에게 따라다니는 이미지 중 '소심한 남자'가 있다. '개그콘서트' 코너 '나쁜남자'에서 여자에게 쩔쩔매는 모습에서 비롯된 이미지다. 실제로 김기열은 어떤 남자일까. 알고보니 일명 '헌팅'까지 해본 적극적인 남자였다.
"절대 소심하지 않아요. 대학교 다닐때 헌팅을 한적이 있어요. 한 여대 앞에서 정말 예쁜 여학생을 보고 '저기요'라고 말을 걸었는데 다짜고짜 '저 남자친구 있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어찌나 챙피했던지, 그 뒤로 조금 소심해진것 같은데 그래도 나름 대범한 남자랍니다."
김기열은 '두분토론'을 진행하면서 MC로서의 기질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에게서 풍기는 정직하고 스마트한 이미지는 진행자로서 안정된 느낌을 준다. 개그 프로그램 외 버라이어티에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쌓아가는 이들은 보면서 부러울법도 했다.
[김기열.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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