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율 0.181.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오릭스 4번 타자 이대호가 개막 3연전을 11타수 2안타로 마쳤다. 디펜딩 챔피언 소프트뱅크와의 원정 3연전으로 일본 야구에 도전장을 던진 이대호는 개막전과 둘째날 경기서 연이어 1안타를 만들어냈으나 마지막 경기서는 침묵했다. 기대했던 홈런도 아직은 나오지 않았다. 개막 3경기서 이대호는 일본 투수들의 정확하고 예리한 제구력에 적지 않게 고전했지만, 쉽사리 흔들리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1루 수비에서는 좀 더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그래도 실투 노려야 한다
일본 야구는 투수들의 전체적인 제구력이 한국보다 한 수 위다. 당연히 한국 투수들보다 실투의 비율이 낮다. 이대호가 개막 3연전서 상대한 투수는 1~3선발인 쎄쓰, 이와사키, 아라카키와 불펜 투수인 모리후쿠, 마무리 폴켄버그였다. 만만한 투수가 없었다. 이들은 시종일관 이대호를 상대로 높은 볼을 내주지 않았고, 스트라이크 존 가장 낮은 지역을 통과하면서도 좌우 사이드를 찔렀다. 제아무리 이대호가 커트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를 정타로 연결하는 건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이대호는 일본 투수들의 공에 쉽게 말려들지 않았다. 4번 타자라고 홈런을 의식해 큰 스윙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신 커트를 자주 하는 바람에 대부분 타석에서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다. 가뜩이나 실투가 적은 일본 투수들인데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이대호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란 쉽지 않았다. 개막전 마지막 타석 무사 2루 황금 찬스에서 공 6개를 커트했으나 결국 폴켄버그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한 게 그 예다. 물론, 개막 3연전서 헛스윙 삼진을 당한 건 이게 유일하고 3경기서 합계 삼진이 2개밖에 없었다는 건 고무적인 대목이다.
이대호의 2안타를 살펴보면 개막전 세번째 타석에서 셋츠에게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중전 안타와 타점을 기록했고, 둘째날 모리후쿠에게 볼카운트 0-1(원스트라이크)에서 슬라이더를 툭 밀어쳐서 안타를 기록했다. 모두 타자에게 불리한 볼카운트가 아닌 상황에서 나온 안타였다. 이대호는 전반적으로 일본 투수들을 상대로 끈질기게 승부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득은 보지 못했다. 때문에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커트를 하면서도 초구나 2~3구째에 상대의 실투를 노리는 방법이 가장 좋다. 모리후쿠에게 친 안타같이 변화구를 정타로 공략하는 건 녹록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일본 투수들의 실투가 국내 투수들보다 더 적기 때문에, 이대호는 국내에서 뛸 때보다 더 높은 집중력을 갖고 타석에 임할 수밖에 없다. 홈런도, 결국 그런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나와야 한다.
▲ 수비 실수는 줄여라
이대호는 첫날과 둘째날 연이어 수비에서 불안함을 노출했다. 개막전서 2회 페냐의 강습 타구를 놓쳐 내야안타를 내줬으며, 이어 주자를 1루에 두고 더블 플레이가 가능한 상황에서 유격수의 원바운드 송구를 빠트려 주자를 2루로 보내주고 말았다. 이후 7회에도 우치카와의 3루 땅볼 때 송구를 뒤로 빠트렸다. 급기야 31일 경기서는 4회말 무사 2루에서 우치카와의 3루 땅볼 때 3루수가 이대호에게 송구하는 사이 2루 주자가 3루로 뛰었고, 이를 본 이대호는 기민하게 3루로 뿌렸으나 그게 관중석으로 넘어가 투 베이스를 내주고 말았다. 이는 결국, 실책과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대호는 원래 수비가 나쁜 선수가 아니다. 체구에 비해 움직임이 은근히 날렵한 편이고 어깨도 나쁘지 않다. 송구도 빠르고 정확한 편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시즌 개막 벽두부터 불안한 모습이다. 일본 야구는 수비가 되지 않는 선수를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국내보다 좀 더 심하다. 이대호가 4번 타자라는 상징성이 있어 수비 불안이 곧 주전 제외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만약 지명타자로 밀려날 경우 타격에서 더욱 부담을 받을 수 있다. 그럴 경우 공수가 모두 풀리지 않는 총체적 난국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 이대호가 아무리 타격 능력을 앞세워 일본에 갔다고 해도 수비 실수가 많아서 팀 내 입지에 좋을 건 전혀 없다. 이대호는 2일 휴식을 취한 뒤 3일부터 5일까지 니혼햄과 원정 3연전을 갖는다.
[이대호. 사진=마이데일리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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