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작년처럼 시즌 중반에 치고 올라가는 게 어려울 것 같아.”
최근 몇 년간 대표적인 '슬로우 스타터'였던 롯데의 양승호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 양 감독은 올 시즌 롯데도 시즌 초반부터 이른바 '달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양 감독은 지난 시즌 롯데처럼 시즌 초반 부진했다가 시즌 중반 승률을 끌어올려 상위권 팀을 끌어내리는 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나머지 감독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4월에 일찌감치 치고 나서 순위싸움을 주도하면서 5~6월에 다른 팀들의 상황에 따라 페이스 조절을 한 대표적인 팀은 SK다. SK는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 연속 단 한 번도 4월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2009년과 2011년 여름 들어 KIA와 삼성의 폭발적인 스퍼트에 결국 선두를 내줬지만, '시즌 초반=SK'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SK는 최근 시즌 초반 승부에 강했다. 이에 삼성 류중일 감독도 “올 시즌에는 일찌감치 치고 나간 다음 편안하게 레이스를 주도하고 싶다”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다.
페넌트레이스 4월 성적이 시즌 전체 농사를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간 팀을 그렇지 못한 팀이 시즌 중반 이후 뒤집기가 어렵다는 걸 뜻한다. 시즌 초반에 치고 나가지 못한 팀은 어떤 내부적인 문제가 있거나 부상 선수가 속출했기 마련이다. 반면 시즌 초반 높은 승률을 올린 팀은 좋은 분위기를 타기 때문에 시즌 내내 자신들의 계획대로 정규시즌을 운용할 수 있다. 133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은 마라톤과 같아서, 선두그룹에 들어오지 못한 팀은 레이스 중, 후반에 살아남기가 어려운 현실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런 가운데 올 시즌에는 대대적으로 전력 보강을 한 팀이 눈에 띈다. 넥센은 이택근을 재영입했고 김병현도 데려왔다. 김시진 감독은 김병현의 실전 등판을 최대한 늦추며 실전 공백이 길었던 김병현을 배려하고 있지만, 이미 시범경기와 2군 경기에 선을 보였다는 건 여차하면 1군에도 오래 걸리지 않아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타선도 이택근이 영입되고 유한준이 부상에서 회복할 경우 박병호, 강정호 등과 함께 제법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다. 마운드는 선발진이 다소 약하지만, 손승락이 지키는 뒷문은 든든하다. 시범경기서 선전한 건 우연이 아니다.
한화도 다크호스다. 박찬호의 한국 적응이 늦어지고 있지만, 김태균은 금세 팀 타선에 힘을 보탤 것이다. 류현진도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송신영도 불펜에서 힘을 보탤 것이다. 또한, LG도 뒤숭숭한 겨울을 보냈지만, 시범경기서는 제법 끈끈한 팀워크를 발휘했다. 지난해 하위권 팀들이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킬 경우 자연스럽게 상위권 팀들도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다. 시범경기 1위를 차지한 SK 이만수 감독도 “정규시즌도 시범경기서 했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갈 것이다. 초반부터 치고 나가야 한다”고 선언했다.
결국, 초반 강공 드라이브의 관건은 부상 선수와 불펜진이다. 부상 선수가 많은 팀은 치고 나갈 동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또한 마운드, 특히 불펜이 허약한 팀들은 초반 총력전에 힘을 쏟을 경우 시즌을 치를수록 힘이 떨어지고 역전패를 자주하는 악순환이 드러난다. 최근 몇 년간 시즌 초반부터 처지는 팀은 대부분 이런 현상을 겪었다. 반대로 불펜이 강력한 삼성이나 SK는 시즌 초반에 총력전을 하더라도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작다. 이런 이유로 두 팀이 최근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한 셈이다. 올 시즌도 초반부터 치열한 순위 다툼이 예상된다.
[경기 중인 선수들. 사진=마이데일리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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