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30대 남자에게 멜로 영화는 그리 흥미로운 장르는 아닐 것이다. 가끔 여자친구 손잡고, 혹은 집에서 불법다운로드로나 접해볼 장르가 멜로물이지 이들에게 멜로는 결코 선호하는 장르의 영화는 아니다. 그런데 현재 박스오피스 1위의 영화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은 다름아닌 30대 남자들에게 통했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그것도 첫사랑이라는 철 지난 소재를 가지고 말이다.
영화는 90년대 중후반 학번의 캠퍼스를 배경으로 한다. 오늘날 30대 중후반들의 스무살 시절 이야기다. 옛 시절을 복기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 역시 복고의 한 범주에 들 수 있다. 그런데 이전 작품들이 주로 4~50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반면 '건축학개론'은 타깃층을 30대까지 끌어내렸다. CD플레이어, 전람회, 그리고 90년대 중후반 학번들의 캠퍼스 생활은 모두 오늘날 30대 중후반들의 20대 시절 이야기다.
그러니 이 영화는 30대를 살아가는 나의 현재와 스무살 아팠지만 아름다웠던 과거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과 과거에 대한 향수, 현실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묘사가 맞물리면서 진폭은 더욱 커졌다.
그렇다면 30대 중에서도 왜 남자들이 유독 이 영화에 열광할까? 영화는 애초에 승민의 시각에서 펼쳐진다. 서연의 이야기는 드문드문 대사로만 등장할 뿐, 엔딩을 제외하고는 승민의 시각에서 본 서연이 전부다. 그러니 관객은 승민에게 자신을 이입시킬 수밖에 없다.
과거의 사랑에 대한 남녀의 시각차 때문이기도 하다. 보통 과거의 사랑에 쿨해지는 여자들과는 달리 남자들에게 첫사랑은 여전히 아련한 존재다. 그러니 여성 관객 대다수는 승민을 통해 과거의 '찌질했던' 첫사랑을 흘깃 기억하게 되는 반면, 남성 관객은 승민을 통해 어눌하고 바보같았던 자신의 과거를 사무치게 돌이키게 된다.
"20대 초반의 내 모습과 겹쳐보이는 승민을 통해 '나는 그때 참으로 바보같았구나, 그리고 그때는 굉장히 아팠지만 그때가 바로 가장 예쁜 시절이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또 현실을 외면하고 싶고 비겁했던 면이 내게도 있는데, 승민이 찌그러진 철문과 엄마가 입고 있던 낡은 티셔츠를 보면서 엉엉 우는 장면이 비겁한 내 자신에 대입되면서 가슴이 시렸다. 그래, 얼마나 비겁했으면 우리는 첫사랑을 '쌍년'으로 만들고 말았나."
[사진='건축학개론' 스틸컷]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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