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야구 외에는 생각하지 않는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KIA)이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이종범은 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 로즈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수많은 취재진은 물론이고 스포츠채널의 중계까지 이뤄지며 이종범의 위력을 실감케했다.
지난 3월 31일 한화와의 시범경기 종료 후 선동열 감독, 김조호 단장과의 면담을 거쳐 은퇴 의사를 밝힌 이종범은 이날 기자회견으로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은퇴 과정에서 소속팀인 KIA, 선동열 감독, 이순철 수석코치와의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지만 전날 전격 화해한 뒤 20여년간의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기자회견을 2분여 앞두고 1시 58분 모습을 드러낸 이종범은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말문을 연 뒤 담담히 은퇴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이종범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그동안 페이스가 좋았기 때문에 아쉬운 것 같다. 이번 결정이 아니었으면 언제까지 했을지?
"준비를 잘해왔다. 체중이 81kg에서 76kg까지 뺐다. 은퇴발표를 안했더라면 4, 5월쯤 감독님이 주전 자리 주어서 그 정도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면 구단과 상의해서 은퇴 시기 잡으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아쉬웠던 순간은?
"가장 기억에 남는 때는 신인 때 멋모르고 프로에 들어와서 시즌을 치르고 한국시리즈에 우승했던 것이다. 국가대표로서는 2006년 WBC 일본과의 4강전에서 2루타를 때렸던 적이 생각난다. 아쉬웠던 적은 일본에서의 팔꿈치 부상, 한국에 돌아와서 얼굴 부상이 가장 아쉽다"
-향후 어떤 계획이 있는지?
"이렇다 할 계획은 없다. 오늘부로 선수 생활을 은퇴하는 시점이니만큼 오늘부터 어떠한 일을 하는지는 내 스스로 잘 생각하겠다. 일단 광주에 있는 부분들을 잘 정리하겠다. 와이프와 상의해서 내가 추후 어떤 일을 해야 한국 프로야구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서 결정하겠다"
-야구와 관련있는 일인지?
"초등학교 3학년, 1979년부터 야구를 했다. 33~4년째 했다. 배운 것이 야구 밖에 없다. 야구쪽 일이라면 생각하고 있고 이 자리를 비롯해서 사업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많은 선배들의 실패를 봤기 때문에 야구 외에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종범이 생각하는 지도자상은?
"그동안 일곱 분(김응룡, 호시노 센이치, 김성한, 유남호, 서정환, 조범현, 선동열) 정도의 감독님을 모셨다. 그 분들을 보면서 어떻게 선수 지도하고 관리하는지 느꼈다. 그 분들이 내게 한 조언과 모습을 배웠기 때문에 장점만 살려서 그 분들보다 더욱 좋은 지도자가 되도록 하겠다. 선수, 코치, 구단의 마음 잘 생각하겠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잘 돼야 좋은 성적도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인간미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은퇴 경기 계획은?
"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의미가 있지만 성적도 중요하기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는 것은 후배들의 몫이다. 시즌 중후반쪽 생각하고 있다. 나에게 은퇴경기도 중요하지만 팀이나 상대팀이나 지루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은퇴경기보다는 은퇴식만을 생각하게 됐다"
-은퇴식 때 꼭 참석했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여기서 갑자기 생각하려면 생각이 나지는 않는다. 나에게 있어서 제일 소중한 분들, 고생이 많았던 분들을 초대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뜻 깊은 기록이 있다면?
"홈런타자가 아닌 팀에서 득점을 필요하는 타자였다. 팀에 득점이 필요한 선수였기 때문에 도루 84개가 가장 애착이 간다. 물론 도루 실패도 했지만 그 속에서 인생도 배웠다. 아들도 야구를 하고 있는데 잘해서 그 기록을 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은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
"한국나이 43살이고 시작하는 선수들은 20살 정도다. 야구는 똑같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차이점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야구를 한다는 것은 노동인 것 같다. 목표는 프로 들어와서가 아닌 초, 중학교 때 정해진 것 같다. 꿈과 목표를 크게 잡고 이를 목표로 열심히 하는 선수가 훌륭한 선수인 것 같다"
-이종범에게 야구란?
"노력 이상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선수들보다 큰 체구는 아니다. 체구가 좋고 파워 좋은 선수들을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또 장점을 살려서 프로야구에서 살아갈 방법을 알았다. 또한 많은 인간관계도 맺었고 인생도 배웠다"
[은퇴 기자회견을 갖는 이종범. 사진=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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