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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도넛보다 한과가 필요한 자리였다.
MBC 수목드라마 '더킹 투하츠'는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란 가상 설정으로 현실에선 이뤄지기 힘든 이야기를 마음껏 그리고 있다. 북한 특수부대 여교관과 대한민국 왕제의 사랑, 즉 북한 여자와 남한 남자의 사랑이란 자칫 불편할 수 있는 민감한 소재가 입헌군주제란 가상 설정 덕분에 시청자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드라마로 통일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자 하는 연출자 이재규 PD의 바람도 꿈은 아닌듯 여겨진다.
다만, 아쉬운 건 지나친 간접광고로 인해 극에 몰입하고 있던 시청자들을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다는 것이다. '아, 맞다. 이건 가상설정이지'란 사실을 굳이 되새기게 만드는 '더킹 투하츠'의 범람하는 간접광고다.
작품 속에선 유독 재하(이승기 분)가 도넛을 찾아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재하가 도넛 마니아구나'라고 이해하고 넘어가려 해도 재하의 도넛 사랑은 유별나다.
특히 북한에서 상견례를 위해 항아(하지원 분)가 찾아온 자리에 재하가 대접한 음식은 도넛이었다. 그것도 두 사람에게 각각 커다란 접시에 따로 도넛을 가득 담아 내놓았다. 남한과 북한, 그것도 왕제의 결혼에 관한 자리에 한과나 떡이 아닌 도넛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재하가 하트 모양 도넛을 항아에게 들이대며 마음을 표현하는 건 애교로 봐줄 수도 있다. 그런데 항아가 도넛을 한 입 베어 문 뒤 우유를 마시자 재하가 "전투 식량 먹냐? 내가 항상 말했잖아. 도넛은 커피랑 같이 따뜻하게 먹어야 된다고"라고 한 건, 도저히 애교로 봐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누가 들어도 특정 도넛 회사 광고 문구가 떠오르는 대사였다.
재하는 항아를 위해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면서도 도넛을 잔뜩 꺼냈다. 더구나 화면에 도넛들이 잠깐 스쳐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재하는 굳이 "도넛을 하트 모양으로 전부 다 바꿔"란 대사로 콕 집어 도넛을 언급했다. 그러더니 재하는 자신이 준비한 이벤트에 흡족해 하며 "왕실만의 스케일!"이라고 했는데, 그 도넛들이 시청자들의 눈에 '왕실만의 스케일'로 비쳐졌을지 의문이다. 거듭되는 재하의 도넛 사랑이 이쯤 되니 재하의 마음 속에 항아가 있는 건지 아니면 도넛이 있는 건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다.
시청자들 역시 불만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방송이 끝나면 '더킹 투하츠'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는 지나친 간접광고를 지적하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도넛 홍보는 너무 심하다", "왕실에서 무슨 도넛만 먹냐. 너무 말도 안 되게 대놓고 광고한다", "발음도 비슷하다" 등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제작비가 연일 치솟는 현재의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간접광고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면서까지 간접광고에 열 올리는 건 드라마는 없고 광고만 남는 주객전도인 것이다.
[사진 = MBC 수목드라마 '더킹 투하츠' 방송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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