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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바람의 아들' 이종범(KIA)이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이종범은 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 로즈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수많은 취재진은 물론이고 스포츠채널의 중계까지 이뤄지며 이종범의 위력을 실감케했다.
지난 3월 31일 한화와의 시범경기 종료 후 선동열 감독, 김조호 단장과의 면담을 거쳐 은퇴 의사를 밝힌 이종범은 이날 기자회견으로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은퇴 과정에서 소속팀인 KIA, 선동열 감독, 이순철 수석코치와의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지만 전날 전격 화해한 뒤 20여년간의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기자회견을 2분여 앞두고 1시 58분 모습을 드러낸 이종범은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말문을 연 뒤 담담히 은퇴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이종범의 은퇴 소감 전문.
안녕하십니까. KIA 타이거즈 이종범입니다. 이제 제 이름 뒤에 선수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하게 됐음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팬과 선후배들, 구단 관계자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많은 분들이 갑작스러운 은퇴선언으로 놀랐을 것입니다. 저 역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여러분 앞에 말해야할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제 은퇴 결정은 결코 갑작스러운 충동적인 생각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구단에서 은퇴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2008시즌 종료 후였습니다. 이후 하루라도 은퇴라는 단어를 잊고 산 적은 없습니다. 그 때부터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옷을 벗을 각오였습니다. 자리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대주자, 대수비... 타이거즈가 이기는데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끝까지 뛰겠다고 훈련을 했습니다. 유일한 은퇴 조건은 그것이었습니다. 다른 조건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은퇴 결심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팀에서 더 이상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 없다는 것을 알고 결정했습니다.
모든 것을 불태웠고 선수 생활이었기에 조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타이거즈에 들어오기 위해 야구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입단이 결정났을 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꿈꿨던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은퇴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은퇴는 어디까지나 제 선택입니다. 다른 분들이 오해로 상처받는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선수 생활 마지막에 가장 큰 힘이 됐던 주위의 모든 아버지들, 나를 보고 힘이 됐다며 힘을 실어준 분들, 이 시대 모든 아버지들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합니다.
이제 저는 선수로서 은퇴하지만 또 다른 도전을 통해 인생을 개척하려 합니다. 두 번째 인생에서는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혼자 힘이 아닌 우리 아버지들의 기운을 받아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코치 연수는 큰 의미없다. 주니치 시절 2군 생활도 하고 우승도 했습니다. 선수들과 함께 하고 싶다었습니다. 이제는 사람과 사는 법을 배워보려 합니다.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이같은 부분도 잘 알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잘 다듬고 알아서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공부를 하겠습니다. 언젠가는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여러분을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은퇴 기자회견을 갖는 이종범. 사진=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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