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현대 야구는 '불펜 놀음'이다. 선발로 긴 이닝을 던질 선수가 적어지고 치열한 순위 싸움이 펼쳐지면서 경기 후반 역전패가 각팀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그런데 이를 뒤바꿔 생각해보면 그만큼 선발, 즉 에이스의 희소가치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긴 이닝을 적은 실점으로 막아내는 선발이 1~2명만 있다면 그 팀은 안정적으로 마운드 운용을 할 수 있다. 올 시즌 원투펀치의 면면을 살펴봤다.
▲ 삼성, 차우찬·윤성환
냉정하게 얘기하면, 삼성은 선발진이 풍족하지만 확실한 에이스는 없다. 그래도 류중일 감독은 차우찬을 2년 연속 개막전에 내세우며 15승 에이스로 커주길 기대하고 있다. 차우찬은 150km을 육박하는 직구와 슬라이더가 주무기이고, 직구 코너워크와 볼끝이 좋다. 차우찬과 호흡을 맞출 투펀치는 지난해 14승으로 팀 내 최다승을 거둔 윤성환이다. 윤성환은 강속구 피처는 아니지만 타자 무릎 근처로 낮게 제구되는 직구가 일품이고, 국내 최강 위력을 자랑하는 커브에 이어 올 시즌에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이려고 한다. 한편 15승을 기대하고 데려온 미치 탈보트는 퀵모션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 SK, 로페즈·마리오
SK 마운드는 김광현과 송은범이 나란히 재활로 개막전 합류가 불발됐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용병에게 옮겨지고 있다. KIA가 재계약을 포기하자 재빨리 붙잡은 로페즈는 시범경기서 어깨에 가벼운 근육통을 입어 1경기에만 나섰지만 이미 검증된 이닝이터다. 여기에 싱커와 백도어 슬러이더 등 타자의 몸쪽을 파고드는 다양한 변화구를 스트라이크 존 외곽에 찔러 넣을 능력도 있다. 여기에 마리오가 의외로 시범경기서 한국야구에 빨리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 이만수 감독을 웃게 했다. 마리오도 변화구 제구력이 돋보인다. 컷 패스트볼을 우타자 바깥쪽으로 흐르는 슬라이더 성과 싱커처럼 가라앉게 던져 각 팀 타자들의 경계령이 발동됐다. 개막전 선발 등판은 이유가 있다.
▲ 롯데, 송승준· 사도스키
장원준이 빠져나간 롯데 선발진은 이제 송승준과 사도스키가 대들보다. 송승준은 시범경기서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묵직한 직구 위주의 공격적인 볼 배합이 돋보이는 송승준은 포크볼 제구 역시 수준급이지만 기본적으로 속전속결을 즐기는 편이다. 최근 3년 연속 150이닝과 10승 이상을 올리는 꾸준한 모습을 보여 올 시즌에도 양승호 감독의 기대가 크다. 반면 사도스키는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이지만 직구의 좌우 코너워크 외에도 구속의 완급 조절에 능하다. 변화구의 볼끝 움직임도 심한 편. 다만 시범경기서 제구력이 무뎌지며 난타를 당한 것이 슬로우 스타터의 영향인지는 정규시즌의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
▲ KIA, 윤석민· 앤서니
KIA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윤석민이다. 국내 최고 우완으로 꼽히는 윤석민은 강속구에 정확한 제구력, 빠른 슬라이더로 대변되는 천부적인 변화구 습득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올 시즌에는 비록 홈 개막전에서야 첫 등판하지만 어디까지나 선동렬 감독의 전략이라고 봐야 한다. 올 시즌 20승 투수가 나온다면 그 주인공은 윤석민일 것이다. 이런 윤석민과 짝을 맞출 투펀치는 앤서니다. 앤서니는 시범경기서 체구와는 달리 스리쿼터 형의 폼에서 나오는 횡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자 타자들의 방망이가 춤을 췄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흐르는 커브도 돋보인다. 직구도 힘이 있어 쉽게 난타당할 스타일이 아니다. KIA 마무리 사정에 따라 여차하면 소방수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 두산, 니퍼트· 김선우
지난해 31승을 합작한 검증된 원투펀치다. 니퍼트는 2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 200cm가 넘는 키를 활용해 마치 2층에서 1층으로 꽂아넣는 듯한 타점 높은 직구가 상대 타자들에게 공포 그 자체다. 커브와 체인지업 등의 제구력도 안정돼 있고 이닝 이터 기질도 있다. 반면 김선우는 메이저리그 시절 강속구 피처였지만 한국에서 실패를 맛보며 변화구의 비중을 부쩍 높였다. 무릎 부상의 회복 과정 속에서 직구 구속은 줄었지만 컷패스트볼, 커브, 스플리터 등 다양한 변화구로도 스트라이크를 잡는 투수가 되면서 무서운 에이스로 변했다. 두산은 3선발 이후와 불펜이 불안하지만 김진욱 감독은 니퍼트와 김선우에게만큼은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해치워야 두산 마운드가 산다.
▲ 한화, 넥센, LG… 투펀치는 누구?
이밖에 한화, 넥센, LG는 확실한 투펀치가 보이지 않는다. 절대 에이스 류현진이 올 시즌 부활을 노리고 있는 한화는 그와 짝을 맞출 투수가 없다. 베스와 박찬호는 시범경기서 일단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변화구의 떨어지는 각도가 날카롭지 못했고, 직구 구속도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넥센도 3년째 에이스를 지키고 있는 나이트가 건재하지만 기량이 완만하게 내림세를 걷고 있다. 벤 헤켄도 시범경기서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LG도 리즈가 마무리로 이동하면서 주키치 홀로 선발진을 이끌어야 한다. 박현준과 김성현의 퇴단이 뼈아프고, 봉중근도 일단 불펜에 투입돼 복귀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여 고민에 빠져 있다. 한화와 넥센, LG는 일단 원투펀치가 확실한 팀들보다는 마운드 운용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차우찬,윤성환,로페즈,마리오,송승준,사도스키(상단 왼쪽부터), 윤석민,니퍼트,김선우,류현진,주키치,나이트(하단 왼쪽부터)의 투구 모습.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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