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화장실 다녀오니까 퇴장이라고 하더라고.”
8일 사직구장. 최근 취재진 앞에서 되도록 말을 아끼는 한화 한대화 감독의 개그 본능이 오랜만에 나왔다. 그것도 사상 첫 개막전 감독 퇴장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쓴 걸 개그로 승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감독의 재치에 기자들이 뒤집어졌다.
애당초 기자들은 한 감독의 7일 경기 중 퇴장에 대해 정확한 이유를 몰랐기 때문에 한 감독의 코멘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감독은 시원스럽게 말했다. “1회 만루 때도 그렇고, 계속 참고 있었거든”이라며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에 불만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그래도 개막전이라 항의를 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너무 하더라고”라는 한 감독은 8회초가 끝난 뒤 화장실에 가면서 손가락을 머리 옆에 대고 돌리는 시늉을 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이를 문승훈 구심이 봤다고 한다. 문 구심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한 감독이 화장실에 간 사이 퇴장 명령을 내렸고, 한 감독이 화장실에 간 사이 정민철 투수코치가 퇴장 이유에 대해 항의를 했다고 한다. 한 감독은 “화장실 갔다 왔는데 코치들이 '감독님 퇴장입니다'라고 하더라”고 껄껄 웃었다. 한 감독은 영문을 모른 채 항의를 잠시 하다 결국 다시 덕아웃 바깥으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기자들이 한 감독에게 문 구심이 화가 많이 났다고 전하자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나도 화가 많이 났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화장실 갔다 와서 퇴장당한 감독은 사상 처음일 것”이라는 주변의 말에 다시 한번 덕아웃은 폭소 도가니가 됐다. 한 감독도 껄껄 웃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개막전서 퇴장을 당한 한대화 감독. 사진= 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