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LG 김일경(34)은 삼성과의 개막 2연전에서 도합 7타수 1안타로 타격에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2연전에서 김일경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은 8일 경기 8회초 무사 1루에서 '사인 미스 의혹'과 함께 2루타를 날리며 상황을 무사 2,3루로 바꿔놓은 것이다.
하지만 기록을 살펴보면 타석에서 보이지 않았던 김일경의 숨은 공헌이 드러난다. 김일경은 7일 경기에서 삼성 선발 차우찬과 맞대결하며 2회와 3회 타석에서 각각 2구만에 범타로 물러났다. 5회초에도 바뀐 투수 권오준에게 4구만에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내줬다.
하지만 마지막 타석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박정태를 맞이해 타석에 들어선 7회초 김일경은 이용규(KIA) 못지않은 끈질긴 승부로 박정태와 11구까지 갔다. 비록 삼진을 당했지만 2스트라이크 이후 파울 타구를 6개나 날려 보내며 박정태의 투구수를 늘렸다.
이 11구 승부가 끝나고 8일 경기에서는 장원삼에게 꾸준히 많은 공을 던지게 했다. 2회초 첫 타석에서 김일경은 우익수 플라이에 그쳤지만 장원삼과 8구까지 갔다. 그 중 초구는 헛스윙하며 이진영의 도루를 도와 주자가 득점권에 진루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5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도 2루수 땅볼이 나오며 출루하지는 못했지만 장원삼에게 공 6개를 던지게 만들었다. 이전까지 10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적은 투구수로 효율적인 투구를 하던 장원삼이 한 타자에게 6개 이상을 던지게 한 것는 김일경 외에는 오지환 뿐이었다.
김일경의 끈질긴 집념은 8회초에 결실을 맺었다. 번트 자세를 취하고 있던 김일경은 장원삼의 초구에 방망이를 뒤로 거두더니 스윙하며 공을 우익수 뒤로 날려보냈다. 0-0상황에서 무사 2,3루를 만드는 2루타였다. 이 2루타가 도화선이 되어 LG는 8회초 대거 3득점하며 경기를 3-2승리로 이끌었다.
당초 팀이 김일경에게 기대했던 것은 수비와 주루였다. 내야수비가 불안했던 LG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박경수가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하면서 내야의 불안요소가 더 커졌다. LG가 2차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선발할 순서가 오자마자 김일경의 이름을 부른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새 유니폼은 입은 김일경은 투수들을 물고 늘어지며 타석에서도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LG의 초반 2연승 속에는 김일경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공헌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수가 많았다. LG의 상승세를 우연히 찾아온 행운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이유다.
[7일 개막전에서 수비하는 김일경(오른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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