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함상범 기자] 안방 흥행보증수표 하지원과 이승기가 만났고, 최고의 악역 윤제문에 존경받는 연기자 이순재까지 뭉쳤다. MBC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 PD와 홍진아 작가가 의기투합한데다 시청률 40%를 넘긴 ‘해를 품은 달’을 등에 업고 있다. 게다가 첫 방송 시청률은 16.2%(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로 타 방송사 작품에 비해 6.0% 이상을 앞서나갔다. 바로 MBC ‘더킹 투하츠’(이하 ‘더킹’) 얘기다.
하지만 6회분이 방송된 지금 ‘더킹’은 12.1%로 하락했으며, 줄곧 지키고 있던 수목극 1위마저 SBS ‘옥탑방 왕세자’에 내주고 말았다. KBS 2TV ‘적도의 남자’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아 3위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있다.
'더킹'이 이같은 상황을 자초한 것은 지나친 PPL(Product Placement), 즉 간접광고 때문이라는 게 방송관계자 다수의 분석이다. 묵묵히 이승기를 따라다니며 자신의 존재를 비추고 있는 모 식품업체 도넛이 ‘더킹’의 실제 주인공이라는 비판도 있으며, 이를 두고 일부 시청자들은 ‘(던)킹(돈허)츠’라고 비꽜다.
실제 이 도넛은 ‘더킹’의 주요 장면에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 극 전개의 개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하지원과 이승기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갑작스레 클로즈업 돼 눈살을 지푸렸다. 게다가 “내가 늘상 말하잖아. 도넛은 커피와 따뜻하게 마셔야 한다고”라는 광고 카피까지 이승기의 대사로 전달됐다. 맹활약 중인 이 도넛에 ‘간접’이라는 수식어가 불편한 이유다.
이와 관련 한 드라마 제작 PD는 “간접광고는 드라마 제작자로서 보면 가장 안정적인 은행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 제작 도중에도 부족한 자금력을 간접광고를 통해 메울 수 있다. 간접광고가 많으면 많을수록 흥행력을 갖춘 작품이라는 속설도 있다. 또 간접광고가 많을수록 조명 및 각종 세트와 장비, 보조출연 등 다양한 부분에서 작품 수준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간접광고는 단순 노출부터, 대사까지 단가가 책정되는데 조건이 다양하다. 특히 주인공의 대사가 엮인 경우가 가장 높은 단가로 책정된다. ‘더킹’을 보고 있으면 정말 어마어마한 대가가 지불됐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간접광고는 양날의 검이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적절한 제반비용만 확충한 상태에서 시청자들이 보기에 최대한 가급적 거부감 없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며 “연출자와 작가의 역량에 따라 간접광고의 활용도가 커질 수도 있다. 몇 몇 작품을 보면 분명 PPL인데 거부감 없이 작품에 녹아들고 있다”고 말했다.
매 회마다 도넛을 먹고 있는 이승기도 피해자라면 피해자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시청자다.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이윤 창출이라는 논리에 밀려 원치 않게 특정 제품의 광고를 봐야 한다. ‘더킹’과 관련된 게시판을 보면 도넛을 비롯한 냉장고 등 간접광고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찬 댓글들을 확인 할 수 있다.
현 드라마 제작관행 상 간접광고의 존재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더킹’처럼 드라마 내용과 관계없이 쏟아지는 간접광고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2위로 주저앉은 ‘더킹’의 제작진은 더이상 무리한 욕심을 앞세우지 말고, 자성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더킹' 포스터(위)와 '더킹' 속 도너츠 PPL 장면. 사진 = MBC 제공, '더킹' 방송화면 캡처]
함상범 기자 kcabum@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