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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KBS 새 노조 파업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면서 파업에 참가한 KBS 예능 PD들의 남모를 고충도 커져가고 있다. 프로그램 녹화, 편집에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면서 방송의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벌써 파업 후유증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재미 반감은 물론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불분명해지는 가 하면, 예기치 못한 논란이 가중되기도 한다.
이에 예능 PD들은 파업의 정당성을 외치며 투쟁의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도 직업 의식과 시청자와의 약속 사이에서 안타까운 비명만 지르고 있다.
KBS 2TV 주말 간판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두 코너 '남자의 자격'(남격)과 '1박2일'은 가장 크게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8일 방송분은 허울만 정상 방송이지 스페셜 편성으로 빈축을 샀던 것에서 벗어나 가까스로 새 촬영분이 투입됐지만 평소답지 않은 수준낮은 편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남격' 또한 3주년 스페셜 남자 vs 남자 2탄으로 '남격' 멤버들과 신화 멤버들의 대결이 전파를 탔고, '1박2일'은 전남 강진 편이 방송됐다. 하지만 방송 분량 확보를 염두한 듯 지나치게 긴 편집으로 방송의 질과 재미를 현저히 떨어뜨렸다. 실제 남격 신화 출연 편은 15일까지 3차례 방송이 이어지며 1박2일 강진 편 역시 3주 편성이 예정 돼 있다.
부실한 자막과 적재적소에 활용되지 못한 CG와 BGM 등도 방송을 더욱 늘어져 보이게 했다. 자막은 프로그램의 색깔을 결정짓기도 하고 리얼 버라이어티 속 캐릭터를 살리고 PD가 원하는 타이밍에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막이 상황 설명 선에서 그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특히 '1박2일'은 김종민을 쫓는 레이스의 긴박감이 떨어졌고, 심리전은 쫀쫀하지 못했다. 또 강진의 주요 여행지 또한 적절히 소개되지 못했다. 방송이후 '1박2일'은 추격 레이스 콘셉트를 표방하는 SBS '런닝맨'이 되버렸다며 시청자의 아쉬움 섞인 원성을 사야했다.
이에 제작진은 예능 1위의 자존심에 타격을 입었다. 고생한 멤버들에게도 미안함을 전했다. 또 자식같은 마음으로 임했던 '1박2일'이 이같은 논란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눈물을 삼켰다.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는 동생 때문에 고민이라는 송화수 씨의 사연이 소개되는 과정이 지나치게 가볍고 웃음의 소재로만 활용됐다는 것. 자극적인 소재의 탓도 있지만 이날 방송의 논란이 가중됐던 이유는 역시 편집의 문제였다. 특히 자막 등 편집적인 부분으로 해당 소재에 대한 우려와 경각심을 전달할 수 있었지만 이를 꼼꼼히 커버하지 못했다.
담당 PD 또한 편집이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며 자막 등이 제대로 못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논란이 되지 않을 것들까지 논란화 된 것에 대해 안타깝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이 PD는 "주요 제작진이 편집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녹화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이에 작가 등 대체 인력들이 기본적인 설명 외에는 자막을 넣지 못하거나 무자막인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뉴스자료 등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는 메시지가 더 많이 들어갔어야 했는데 조금 더 꼼꼼하게 후반 작업을 하지 못하고 방송이 되서 제작진 입장에서 더 안타깝고 아쉽다"고 속내를 전했다.
이 PD는 사회성이 있는 민감한 소재나 지극히 사소한 고민일지라도 외면하지 않고 공유하는 본래 프로그램의 취지를 지키고 싶다고 했다. 이와 함께 방송 책임으로 논란의 여지가 될 부분들이 발생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4.11 총선 이후 KBS 새 노초 측은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김인규 사장이 사퇴할 때까지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사측도 여전히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파업의 진정성을 떠나 예능 PD들은 안타까운 딜레마에 빠져있다.
시청자들은 KBS 예능 곳곳에 비워있는 자막이 꼼꼼히 채워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1박2일' 강진 편(위)과 '안녕하세요' 음주중독남 편. 사진 = KBS 2TV '1박2일', '안녕하세요' 해당 방송 캡처]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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