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 불펜이 수상하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선발 체제를 확고히 하고 있다. 선발 투수들이 6일 로테이션 속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대신 등판할 때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이에 불펜 투수들은 마운드 위에서 최소한의 힘만 소모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 야구의 근간은 여전히 지키는 야구다. 이승엽의 타격감 회복 속 타선의 힘을 키워가고 있지만, 삼성 화력은 여전히 8개 구단 중위권 수준이다. 결국, 경기서 이기려면 불펜의 힘이 절실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나고 있는 삼성 불펜 투수들의 성적은 썩 좋지 않고 매끄럽게 지키는 야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찬찬히 뜯어보자. 개막 2연전서 앞서는 경기를 하지 못한 삼성은 실질적으로 불펜 위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진짜 지키는 야구의 첫 경기는 11일 광주 KIA전이었다. 팽팽한 0-0의 균형이 이어졌고 삼성은 선발 윤성환을 7회까지 던지게 한 뒤 8회부터 안지만을 투입했지만, 안지만이 9회 1사 후 연속 안타를 맞으며 위기를 자초했고, 뒤이어 좌타자 김원섭에 맞춰서 권혁이 투입됐지만, 권혁이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헌납했다. 리드하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오승환의 투입 없이 안지만과 권혁으로 승부를 해볼 요량이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도 단 1실점이었던 그 경기는 타선의 무기력함이 더 크게 다가온 경기였다. 불펜 투수들에게 가장 아쉬운 경기는 역시 15일 대구 넥센전이었다. 13일과 14일 무리없이 불펜 릴레이 투구를 한 삼성이었지만, 15일 경기서는 팽팽한 승부에서 무너졌다. 2-5로 뒤진 4회부터 추격조로 투입된 권오준은 불의의 투런 홈런을 맞았고, 타선이 가까스로 7-7 동점을 만든 뒤에도 정현욱이 2⅔이닝 3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안지만도 실점은 없었지만, 쐐기타를 맞으며 결국 경기 흐름을 돌리지 못했다.
드러난 성적으로는 권혁이 4경기 평균자책점 0, 안지만이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4.91, 정현욱이 4경기 1패 1홀드 4.50, 권오준이 3경기 5.40이다. 물론 경기 수가 적어서 1~2점만 내줘도 평균자책점이 팍팍 올라가는 시즌 초반이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이 매끄럽게 막아주는 맛이 덜한 건 확실하다. 특히 동점. 혹은 1~2점 뒤진 상황에서 흐름을 갖고 오려면 불펜 투수들이 2~3이닝 정도 깔끔하게 막아내야 반전이 가능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형편이다. 권혁은 여전히 제구력이 불안하고, 정현욱과 안지만도 투구 개수가 2~30개가 넘어갈 경우 급격히 볼끝의 힘이 떨어졌다.
시즌은 마라톤이기에 동점 혹은 박빙 상황에서 구위가 좋은 오승환을 마구 끌어다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이들이 스스로 살아나야 한다. 시즌 초반이라서 몸이 덜 풀린 경향은 분명히 있다. 특히 정현욱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시즌 초반에는 페이스가 좋지 않다가 5~6월 이후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안지만은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저조한 페이스고 권혁의 제구력도 여전히 왔다갔다한다. 오히려 성적을 떠나 구위만 놓고 볼 때 권오준이 그나마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시즌 초반 삼성 선발진은 2경기 연속 만루포를 맞는 등 흔들리는 차우찬을 제외하면 전부 깔끔한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오승환에게 바통을 이어줄 필승 철벽 불펜진에 미세하게 균열이 갔다. 매끈한 지키는 야구가 안 나온다. 현재로썬 뚜렷한 대안 없이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이니만큼 조금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극복하는 노하우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최근 몇 년간 고생한 이들이 바로 삼성 불펜진이다. 지금의 부진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면, 삼성의 시즌 초반 고전 양상은 의외로 오래갈 수 있다.
[시즌 초반이 깔끔하지 못한 삼성 불펜진. 사진=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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