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두산표 발야구가 드디어 살아났다.
두산은 이날 경기 전 팀 도루 7개로 한화와 함께 공동 최하위였다. 여기에 이종욱, 고영민의 잦은 부상과 민병헌의 군입대, 오재원의 부상 등으로 확실히 예년에 비해 뛰는 야구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었다. 2010년을 기점으로 두산의 팀 컬러는 화끈한 장타력이 돋보였으나, 성적이 곤두박질치며 한쪽 구석에서는 장타력을 뒷받침해줄 기동력을 절실히 원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18일 잠실 삼성전 4-3 승리는 큰 의미가 있었다. 꼭 도루가 아니더라도 상대 수비의 실수나 작은 팀에 의해 한 베이스를 더 가는 발 빠른 야구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더불어 깔끔한 작전수행능력까지 가미하며 스몰볼의 진수를 선보였다.
0-0으로 팽팽하던 4회초였다. 두산은 최준석의 2루타로 삼성 선발 윤성환을 흔들기 시작했다. 김진욱 감독은 일발 장타력이 있는 윤석민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윤성환의 구위를 인정하고 1점씩 달아나겠다는 의미였다. 윤석민은 침착하게 1루 방면으로 희생번트를 성공했다. 1사 3루. 삼성은 전진수비를 선택했다. 3루주자를 잡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삼성의 뜻은 이뤄지지 못했다. 후속 최재훈이 전진해 있던 삼성 2루수 손주인의 키를 살짝 넘는 안타를 때리며 선취점을 뽑은 것이다.
5회말에는 더 했다. 선두타자 정수빈은 투수 오른쪽 방면으로 느린 타구를 날렸다. 윤성환이 다소 늦게 대시하는 사이 정수빈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해 1루에서 세이프가 됐다. 이어 이종욱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찬스를 만든 두산은 손시헌의 중전안타와 김현수의 우전안타로 기분좋게 추가점을 뽑았다.
6회말에도 2사 후 고영민의 솔로홈런으로 1점을 더 추가한 두산은 정수빈이 2루수와 중견수 사이로 애매하게 뜨는 타구를 날렸을 때 삼성 손주인이 타구를 글러브에 넣었다가 빠트렸고, 이에 정수빈은 냅다 2루까지 달리는 발야구를 선사했다. 삼성은 투수 교체를 시도하며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했지만, 후속 이종욱이 권혁을 상대로 유격수 김상수 옆쪽으로 가는 내야 안타를 터트리며 1루에서 살았다. 그런데 1루에 힘겹게 송구가 이어지는 사이 2루에 있던 정수빈이 잽싸게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들며 4-0을 만들었다. 이종욱과 정수빈이 합작한 완벽한 발야구였다. 삼성 내야진을 허탈하게 만든 플레이였다.
삼성은 돌아선 7회초 3점을 만회하며 두산을 압박했다. 그러나 결국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두산이 발로 만든 5회와 6회 각각 1점이 승부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쳤다. 상대 수비의 실책성 플레이와 찰나의 느슨한 플레이를 용납하지 않고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선보였다. 삼성 투수들도 결국 두산의 이런 플레이에 무너지고 말았다. 역시 두산표 발야구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 결과 4-3으로 자신들은 기분 좋은 2연승을, 삼성에는 절망적인 3연패를 안기고 말았다.
[두산 발야구에 앞장선 정수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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